우리네 산과 들, 바다에서 삶을 이어가는 민초들의 애환이 담긴 소리, 판소리.
너른 들녁에서 나오는 넉넉함과 여유를 문화예술의 밑거름으로 삼은 전라도만이 판소리를 보듬고 있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한반도 땅 구석 구석에는 고유의 소리가 옛부터 이어지고 있다.
각 지역에서 불려지고 들어왔지만 점차 그 뿌리가 희미해지고 있는 판소리의 역사를 생생하게 담아낸 책이 나왔다.
전성옥 연합뉴스 기자(44)가 펴낸 ‘판소리 기행’. (사단법인 마당)
99년 ‘동초바디 ‘역주본 춘향가’’를 펴내 판소리에 관한 전문지식을 인정받았던 그가 판소리의 과거와 현재를 밀도있게 취재, ‘발로 뛰고 머리로 쓴’ 판소리 이야기다.
“판소리는 한민족의 심성을 잘 담아낸 예술적 장르입니다. 새천년을 맞으면서 우리 고유의 예술장르인 판소리가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고 어떻게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지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판소리의 생생한 전승역사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그는 99년 9월부터 2000년 말까지 1년여 동안 전국 곳곳을 답사했다. 진도에서 시작된 그의 ‘소리여행’은 전라도와 충청도를 거쳐 서울, 대구에 이르기까지 30여곳으로 이어졌다.
그는 단순히 명승 고적지를 돌아보는 수준을 넘어 수많은 관계자들과 인터뷰 등을 통해 파묻힐 뻔한 귀중한 구전자료를 수집, 책에 오롯이 담아냈다.
지역별 판소리의 특징은 물론 주요 명창들의 자취와 내력, 판소리의 맥을 오늘까지 이어가는 사람들, 생활 속에 녹아 있는 판소리의 현장, 판소리와 관련된 그 지방 특유의 풍물 등을 소개했다. 민중의 희원이 깊게 반영된 예술형태를 세밀하게 조명한 셈이다.
“회사에서 ‘기자전문화’를 독려했던 것이 책을 내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 그는 자신의 판소리 답사 기행을 “판소리 속에 담겨있는 ‘이 겨레의 숨결’이란 무엇인지, 왜 판소리가 ‘누군가가 간절히 이어가야 할 이 나라의 맥이며 겨레의 얼’인지를 추적하는 작업”이었다고 소개했다.
코흘리개 시절 할아버지 무릎 위에 앉아 처음 접했던 판소리의 묘미를 서른 넘어서야 겨우 알아채고 소리꾼을 찾아다니며 토막소리를 익히고 주봉신 선생에게 고법을 사사한 그. 판소리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그는 앞으로 옛 소리꾼과 오늘을 살고 있는 소리꾼의 세계와 특징을 담은 ‘소리꾼 열전’을 세상에 내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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