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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호화로운 생활이 부러운가?

 

 

不將枯淡 豪華라.
부장고담단호화

 

메마르고 담백한 생활이라고 해서 호화로움을 부러워 하지 말라

 

원감선사(圓鑑禪師)의 시에 나오는 말이다. 시의 전문(全文)은 다음과 같다.

 

"한 발우의 나물밥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한 사발의 자순차로 갈증을 풀지. 이렇게 사는 이 삶에 이미 즐거움이 넘치니 내 생활이 메마르고 담백하다고 해서 호화로운 삶을 부러워 하지 말자.(飢飡一鉢靑蔬飯, 渴飮一 紫筍茶. 只今生涯有餘樂, 不將枯淡 豪華.)"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시의 경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다보면 때로는 심한 배반감을 느낄 때가 있다. 가난하지만 맑은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실컷 강의를 하고 나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표정은 그래도 감명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뭔가를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곧 이어서 나오는 말은 대부분 이렇다. "그런 맑은 생활은 책에나 있는 것이고 실지 생활이야 돈이 많이 있는 게 훨씬 낫지. 뭐 하러 나물밥 먹고 자순차나 마시고 앉아 있어? 고기 반찬에 맛있는 차와 맛있는 술을 많이 먹으면 더 좋지" 이럴 때면 정말 할 말이 없다.

 

우리는 진정으로 깨달아야 한다. 이런 생활은 책에나 있는 얘기가 아니라 실지의 우리 생활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돈을 벌어서 제 입에다 좋은 음식 집어넣고 제 몸에 좋은 옷 걸칠 것만 생각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돼지가 조금 좋은 음식 먹고 조금 좋은 자리에서 자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정신이 풍요한 삶만이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 가련한 황금만능시대에.

 

將:장차 장  枯:마를 고  淡:맑을 담   :근심할 단  豪:호방할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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