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축제 개막공연과 전동성당 무대에서 맑고 고운 화음을 선보인 필리핀 산미겔합창단(지휘 조나단 벨라스코·Jonathan M. Velasco·39).
창단 1년 6개월만에 탄탄한 실력을 자랑하며 세계 합창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 합창단은 기업의 문화예술활동 지원을 의미하는 메세나(mecenat)운동으로 탄생한 단체여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필리핀에서 유일한 전문합창단인 산미겔합창단은 필리핀을 대표하는 기업, 산미겔 그룹의 산하단체인 산미겔문화재단에서 문화와 산업을 잇는 메세나 운동 일환으로 조직했다.
지휘자 조나단 벨라스코씨는 “필리핀 내에 아마추어 합창단은 많지만 재정 부담때문에 많은 공연을 하지 못한다”면서 “그룹의 지원을 받는 산미겔 합창단은 안정적으로 음악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단원들의 보수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필리핀 내에서는 단연 최고. 합창단 출범때 기존 합창단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단원들이 산미겔로 자리를 옮겼다는 것이 조나단 벨라스코씨의 설명.
이들은 주중 하루 3시간 연습하며 분기별 정기연주회와 지역 순회무대를 갖고 있다. 지난 7월 대만국제합창제에 초대됐던 산미겔은 일반인을 위한 무료공연도 수시로 열고 있다. 활발한 문화활동을 통해 기업의 이익을 국민에게 되돌려주자는 기업의 운영방침 때문이다.
합창단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국민의 문화향유를 돕기위해 기업의 이윤을 환원하는 그룹의 문화재단 운영방침은 아직까지 메세나 운동이 완전히 자리잡지 못한 우리나라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과 25일 밤 전동성당에서 합창무대를 연 산미겔 합창단은 산들바람보다 더 싱그러운 인성(人聲)의 하모니로 한여름밤 더위를 몰아냈다.
타고르의 시를 성가곡으로 만든 ‘내 영혼을 잠잠케 하소서’를 시작으로 필리핀 성가곡과 흑인영가, 그리고 한국곡 ‘무겁고 힘든 짐지고’(이건용 작) 등 이들의 목소리는 고풍스런 전동성당에서, 관객들 가슴속에서 메아리치며 깊은 울림을 던져줬다.
필리핀 사람들의 정서와 전통민속을 담은 민요들도 기타와 민속악기 등과 어우러져 흥겨우면서도 수준높은 음악성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산미겔 합창단에 앞서 무대에 선 코리아 챔버 싱어즈(지휘 김동현)도 ‘미사 아리랑’과 ‘여기 누구 없나요’ 등 무반주 아카펠라를 합창했다.
한세기 가까이 그 자리에 서 있는 전동성당은 경쾌하면서도 풀벌레 우는 듯한 단원들의 고운 목소리를 한올이라도 빠져나가지 않도록 잔향(殘響)을 붙잡아, 그 어느 공연장에서의 연주보다 더 진한 맛을 보여줬다.
필리핀 산미겔 합창단의 무대는 26일과 27일 오후 7시 전동성당에서 두차례 더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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