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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축제] 반세기 지켜온 '동초제' 대물림

 

 

구전심수(口傳心授)되는 소리판에서 스승과 제자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정승나기보다 어렵다는 명창이 되더라도 그 소리를 이어받은 제자가 없으면 일가를 이룰 수 없다. 또 아무리 재능있는 소리꾼이라도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나지 못하면 명창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올해 소리축제에는 ‘청출어람’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특별 기획 ‘판소리 명창명가’가 열리고 있다. ‘누구 누구 바디’로 일컬어지는 소리꾼 집안의 내력을 살필 수 있는 무대로 내로라하는 명창명가들이 무대에 서지만 그중에서도 동초제의 맥을 잇고 있는 오정숙 명창 일가는 특별히 주목을 모은다.

 

오정숙 명창(67)은 동초 김연수(1907∼1974)의 유일한 제자. 김연수 선생이 새로 짠 이른바 김연수 바디를 우리나라 대표 판소리로 키워낸 명창이다.

 

그가 키워낸 제자중에는 이일주 조소녀 방성춘 김성애 이순단씨 등 전주대사습놀이 대통령상 출신의 쟁쟁한 명창들이 뒤를 잇는다. 이를테면 판소리 명가 중에서도 명가로 꼽힐만하다.

 

31일 오후 2시 소리전당 명인홀에서 열리는 그의 무대에는 세대를 넘어선 제자 20명이 출연, 동초제 춘향가를 8시간 30분동안 완창한다.

 

오명창은 소리의 처음과 끝, 그리고 신연맞이 등 네 대목을 열창하고 이일주 조소녀 민소완 이순단 명창도 출연해 눈대목을 부른다. 심소라(전주 송북초등 6년) 김응경(고창초등 6년) 신유안(여수 중앙여중 1년) 등 초중고 판소리 유망주들도 무대에 오른다.

 

유성준 송만갑 정정렬 명창에게 판소리 다섯바탕을 사사했지만 동편제와 서편제의 좋은 소리만을 골라 그만의 독특한 ‘바디’를 만들어낸 동초 김연수. 오늘날 ‘김연수 바디’가 비역적인 발전을 이룬데는 오명창이라는 빼어난 소리꾼이 스승 동초의 소리를 창조적으로 계승한 덕분이다.

 

“선생님이 살아 계셨으면 큰 그늘이 되었을 겁니다. 그분 같은 국악계 어른이 많았으면 지금 소리판이 더 풍성하고 윤기났을 겁니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스승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한 오명창은 스승의 엄격함과 뚜렷한 음악관을 회고한다.

 

“수십년 무대에 선 명창이라도 가끔 가사가 떠오르지 않아 아니리나 붙임새를 통해 위기를 모면하곤 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이런 얼버무림을 용납하지 않았지요.”

 

흐지부지하는 것을 질색했던 스승의 성격대로 가사 전달이 확실하고 맺고 끊음이 분명한 것이 동초제라는 것이 오명창의 설명.

 

27살 때 동초 전수생이 된 오명창은 지금까지 동초제 판소리로 초지일관하고 있다. 판소리 다섯바탕의 가사를 한자도 빼놓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오명창은 동초에게 다섯바탕을 오롯이 배웠다.

 

스승인 동초는 타고난 목이 좋지 않아 소리가 거칠었고, 고음에 약점이 있었으나 수제자인 오명창은 목이 좋아, 맑은 소리에 고음도 자유자재로 구사해내는 특성을 갖고 있다.

 

72년 춘향가 완창을 시작으로 다섯바탕을 완창해 갈채를 받았던 그는 94년 3월에도 수궁가 완창무대를 열어 소리를 향한 시들지 않는 열정을 보여줬다.

 

75년 부활된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장원을 수상, 대사습출신 명창의 반열에 올라선 그는  83년 남도문화재 대통령상, 84년 KBS국악대상 등 굵직한 상을 휩쓸었으며 해외 곳곳에 판소리를 알렸다.

 

91년 중요 무형문화재 제5호 춘향가 기예능보유자로 지정된 오명창은 99년부터 지난해까지 동초제 판소리의 맛이 고스란히 담긴 다섯바탕을 음반으로 냈다.

 

“이제는 후학을 길러내는 일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선생님이 저에게 가르쳐주신 것처럼 저도 제 소리를 후대에 이어내고 싶습니다.”

 

자신을 이겨먹는 소리꾼이 나와 동초제를 더욱 융성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오명창은 91년 중앙무대의 화려한 명성과 조명을 뒤로 한채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에 ‘동초각’을 짓고 후학을 길러내는 일에만 전념하고 있다. 스승을 추모하는 마음이 깃든 공간이 오늘날 동초제 판소리의 산실로 뿌리 내린 셈이다.

 

명창 등용문인 판소리 전국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제자만도 열손가락을 넘는다.

 

이일주 조소녀 민소완 이순단 김소영 방성춘 김선이 이명희 김성녀 김성애 명창 등 대부분이 오늘의 국악판을 아우르고 있다. 이순단 명창의 남편이자 얼마전 작고한 은희진 명창도 그의 제자다.

 

앞날이 기대되는 유망주도 적지 않다. 김학용(국립창극단) 최은경(국립창극단) 고향님 박미애 최영란(민속국립국악원) 기성희 양명희(국립국악원) 윤석안(국립창극단) 김미정(전북도립국악원 교수) 신미숙(전북도립국악원 교수) 김세미 등 20∼30명에 달한다. 그 화려한 명창명가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놓치는 것은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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