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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부귀와 명예

 

 

人生富貴駒過隙이니, 唯有榮名壽金石이라
인생부귀구과극     유유영명수금석

 

인생의 부귀는 마치 틈새를 통해본 망아지 걸음 마냥 빠르게 지나간다. 오직 역사에 남은 영예로운 이름만이 금석(金石)처럼 영원하리라.

 

명나라 말기로부터 청나라 초기까지 걸쳐 산 학자인 고염무(高炎武)가 쓴 〈추풍행(秋風行)〉이라는 시에 나오는 말이다. 고염무는 만주족에게 한족의 나라인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가 들어서자 일체 관직에 나가지 않고 평생을 독서와 학문 연구로 보낸 절조 있는 선비였다. 그는 임종에 이르러 특별한 유언을 하였다.

 

"청나라가 들어선 후에 죽지 못해 살기는 했지만 내가 죽은 후 후세의 사가들이 나를 명나라의 고염무라고 하지 않고 청나라의 고염무라고 칭한다면 나는 지하에서라도 통곡을 할 것이다."라고.

 

그렇게 지조가 굳은 그였기 때문에 그는 현세에서 누릴 수 있는 부귀를 틈새를 통해본 망아지의 달음질만큼이나  빠르게 지나가는 하잘 것 없는 것으로 여기고서 역사에 떳떳한 이름이 남기를 원했던 것이다.

 

역사! 우리 한자 문화권 국가 사람들은 예로부터 역사에 오명을 남기는 일을 가장 치욕스럽게 생각하였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역사에 대한 의식이 거의 없다. 후대의 역사야 내 알 바 아니고 우선 잘 먹고 잘 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막된 사회인 것이다.

 

역사는 시험보기 위해서 외우는 과목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을 바로잡는 과목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하여 잠깐의 부귀와 향락에 취해 역사를 외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駒:망아지 구  過:지날 과  隙;틈 극  榮:영화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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