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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학인들은 시민사회의 부름에 답하라!"

 

 

‘민족문학인들은 정치적 상황과 시민사회의 부름에 답하라. 그것이 작가회의의 정체성이자 실존의 이유다.’ 

 

9일 저녁 8시 30분에 열린 합동토론회는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체성과 방향을 찾으려는 문학인들의 치열한 고민과 관심으로 뜨거웠다.

 

안도현시인의 사회로 열린 토론회는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소설가 박태순씨의 발제로 논의의 문을 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실’의 역할과 성과를 이야기 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고 말문을 연 박씨는 특히 “자실과 작가회의의 물꼬를 제대로 트이게 해야했던 위치에 있던 한사람으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했는가에 대해서는 나 자신부터 반성해야 할 일이다.

 

그러므로 기왕에 호명되어 나온 이 자리에서 철저한 심문과 비판을 받고 싶다”며 후배들의 치열한 공세를 유도했다.

 

“정체성의 핵심은 변하지 않는 ‘항성’인 것과 변해야만 할 ‘변성’인 것이 있다. 나는 작가회의의 정체성을 변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성은 곧 진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문학에서의 진보는 그것이 지닌 ‘선’과 ‘아름다움’의 바탕위에서 추구되어야 한다. 지금 문학으로서 해야할 일은 너무 많다. 과거의 패러다임은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맞아들이기 위한 코드와 컨셉을 찾아야 한다.”

 

정직하게 세상을 보고, 새로운 위기과 새로운 절망을 풀어가는  글쓰기를 강조한 박씨는 작가회의의 집단적 정체성보다는 각자의 개인적인 인식의 틀과 실천을 통해 달라져 가는 시대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작가회의의 정체성에 관한 논의는 토론자로 나선 박영희시인의 내부적 성찰을 요구하는 비판으로 뜨거워졌다.

 

제한된 발표시간에 묶여 작가회의의 성찰에 관한 논의는 더이상 진전되지 못했으나 박씨는 ‘왜 문인협회가 있음에도 작가회의를 만들었는지를 다시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내부적 성찰과 방향성에 대한  모색을 강도높게 주문했다.

 

“정체성은 강조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체성의 문제는 우리의 눈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작가회의는 지금 그 방향성이 모호하다.”

 

지회회원들의 활동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작가회의의 기관지 운영이나 서울로 집중되어 있는 작가회의 활동을 들추는 박씨의 비판에 지역회원들은 박수로 동의의 뜻을 보였다.

 

작가회의의 실천성을 제기한 또 다른 토론자는 김정란시인. 그는 안티조선의 선봉에 서있는 지식인답게 “문학은 언어를 매개로 삶의 진실을 추구하는 인간행동이다. 언어가 왜곡되고 있다면 문학은 스스로 존재 기반을 잃어버린다.

 

그러나 지난 수년동안 시민사회가 언론권력 문제로 뜨거움에도 불구하고 문인들은 완강하게 침묵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씨는 ‘왜 문인들은 시민사회의 소환에 응하지 않는가’고 물으며 “특히 대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언론이 만들어내는 가짜코드는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문인들은 여전히 언론문제에 관한 한 극도의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학의 비정치성은 허구’라고 규정한 김씨는 “자실은 국가주도의 근대화에 대항하여 시민사회의 근대화를 담아낸 대표적 문예운동이었지만 오늘의 작가회의는 영속성을 갖지 못한 채 더이상 시민사회의 부름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논쟁을 단초를 끈질기게 유도했지만 밤 11시부터 예정되어 있던 술자리 친목에  자리를 내주어야 했던 토론회는 시간에 쫒겨 끝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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