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속에는 지나치게 장황한 부분이 많다. [춘향가]만 예를 들어 보자. 나귀 안장을 짓는 대목을 보면, 나귀 안장 꾸밈새나 이도령의 차림새 등이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길게 나열된다.
신관사또가 부임하는 신연맞이 대목에서는 신연맞이 행차에 동원된 인물, 이들의 차림새, 악대의 종류, 각종 깃발 등등이 세세하게 묘사된다.
기생점고 대목에서는 기생 한 명, 한 명을 일일이 다 거명한다. 암행어사가 서울에서 내려오는 대목에서는 서울에서 남원까지의 행로가 자세하게 언급된다. 이렇듯 판소리에는 지나치게 세밀하게 또는 장황하게 나열하는 부분이 많다. 아니,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가 하면 지나치게 간략하게 제시되는 부분도 많다. [춘향가]에서 춘향과 이도령이 사랑을 하다가 이별하게 되는 과정이 "이러구러 세월을 보낼 적에, 호사다마로 남원부사 어르신께서 동부승지 당상하야 한양으로 가시게 되었구나.
도련님이 하릴없이 이별차로 나오는디"와 같이 간단한 몇 마디 말로써 이별하기까지의 경과가 간략하게 제시된다.
이도령이 과거에 급제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도 이렇다할 말이 없다. 그저 "글공부 힘써 할 데, 그때 마침 시화연풍하여 태평과를 보인다 하거늘" 정도의 간략한 언급이 있을 뿐이다.
판소리 사설은 지나치게 장황하고 세밀한 부분과 지나치게 간략한 서술로 된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 셈이다.
판소리 사설의 표현이 이러한 특징을 갖게 된 것은 판소리에서는 가급적이면 모든 사건을 장면화해서 표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가령 방자가 남원 경치를 이르는 장면, 나귀 안장 짓는 장면, 사랑하는 장면, 이별하는 장면 등등으로 표현한다는 말이다.
반면에 장면화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간략한 서술로 마무리하고 넘어간다.
그런데 판소리의 장면화는 극대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나귀 안장을 짓는 장면을 표현하되, 이를 극대화하여 최대한 자세하게 표현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경향은 판소리 사설의 모든 곳에서 발견된다. 학자들은 이를 "장면극대화 현상"이라고 한다.
판소리가 극과 많이 닮았다는 말을 많이 하고, 또 그러한 점 때문에 판소리는 창극이라는 극양식으로 발전하기도 했는데, 판소리가 이렇게 된 것은 본래 판소리가 극적인 특성을 많이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판소리가 장면화하여 이를 표현하려고 하는 경향을 지니고 있는 점도, 판소리의 극적인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것이다.
/군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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