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예술경연대회에 지원하는 대통령상 및 장관상을 대폭 축소하는 문화관광부의 조치는 국악 침체를 우려하는 현실에 비추어 국악·민속 관련 경연대회가 너무 잦아 각종 폐해를 양산한다는 국악계 안팎의 여론을 반영한 결과다.
지난해에만 전국적으로 개최된 전통예술경연대회는 모두 100개. 이중 28개에 대통령상이, 25개에 총리상이 지원됐다. 문화관광부 장관상은 무려 189개나 된다. 이중 18개 대회가 치러지고있는 전북은 대통령상 3개, 총리상 4개, 장관상 37개 지원됐다.
이처럼 지나치게 많은 대회와 대통령상의 남발은 국악의 질을 떨어뜨리고 대회 하향평준화를 불러 역량있는 국악신예 발굴이 한계점에 달했다는 비난을 불렀고 문광부가 이를 치유하기 위해 칼(?)을 든 것.
문광부는 지난 한해동안 국악계와 자치단체의 여론을 수렴, 개선방향을 내놓았다.
대통령상을 비롯해 총리·문광부장관상 지원을 대폭 줄여 유사대회간 통폐합을 유도해 대회 권위를 높인다는 전략이었다.
대통령상 지원대회를 28개에서 8개로 줄인 것도 국악 각 분야별로 전국단위 경연대회를 선정해 집중 지원하고 육성한다는 문광부의 의지 표현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전북은 전주대사습놀이와 춘향국악대전 등 판소리 부문의 2개 대회가 선정되고 고수 부문인 전국고수대회는 제외되고 말았다. 당연히 국악인들의 즉각적인 반발과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김학곤 전북국악협회장은 "전국고수대회는 팔마대회보다 상금 규모가 작지만 전국의 고수들이 '명고 등용문'으로 여길 정도로 권위와 전통을 인정받고 있는 대회”라며 "도내 국악인들이 똘돌 뭉쳐 이달말 문광부 상경 시위를 갖는 등 대통령상 유지를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광부의 방침이 확정된 상황에서 이번 결정이 다시 조정될 가능성은 어려운 상황. 한편에서는 지난해 문광부가 자치단체와 국악관련협회에 '1개 분야 1개 대회 지원'방침을 밝혔을 때 도내에서 이같은 사실을 공론화, 부문별 지원 대상을 조정하는 작업을 거쳐 문광부에 적극 건의했다면 판소리와 고수 부문 모두 선정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도 있었다는 자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도 단위 국악경연대회는 각 분야별로 장관상을 1개만 지원하겠다는 문광부의 방침도 발등의 불이다. 도내에서는 종합경연 판소리 풍물 시조 고수 기타 등으로 분류된 경연대회만 모두 18개. 이중 몇개 대회만 장관상이 지원되고 나머지는 시군구 단위 국악경연대회로 격하돼 자체적으로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도 문화예술과 박승규씨는 "누구는 올리고 누구는 안올릴 수 없어 모든 대회에 장관상 지원을 품신할 생각이지만 어떻게 될 지는 모르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전국고수대회
전국고수대회는 고수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지 못했던 81년 10월 4일 첫 대회를 연 뒤 해마다 이어온 국내 최고(最古)의 고수 경연대회다. 국악협회전북도지회와 KBS전주방송총국이 공동주최해온 이 대회는 판소리의 기본이 되는 고수 저변확대와 연구·계승·발전이라는 취지를 담고 있다.
소리판과는 다르지만 고수들의 북가락이 소리판을 더욱 신명나게 만드는 이 대회는 옛부터 '1고수 2명창'이라 일컬어지며 소리판에서 그 역할이 유난히 강조됐던 고수의 자리를 복구해내는데 기여한 무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명고수를 뽑는 자리로 장단을 공부해온 아마추어 고수들의 가장 큰 잔치이자 경연장으로 터닦음해왔다.
명고 중 명고를 가리는 대명고수부를 비롯해 명고부 일반장년부 일반청년부 일반여자부 신인장년부 신인청년부 노인부 학생부 등 모두 9개 부문에서 수많은 고수들이 나와 자웅을 겨루고 있다.
대통령상도 92년 12회 대회부터 지원되기 시작해 99년부터 대통령상으로 승격된 팔마 전국고수대회보다 앞선다. 판소리 무대에서 명고로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의 고수들이 이 대회를 통해 등용된 사람들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1호 판소리 고법 보유자였던 故 천대용 명인을 비롯해 주봉신(전북도 무형문화재) 박근영 조용안(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악장) 조용수(국립창극단 단원) 조용복(국립민속국악원 단원) 추정남 방기준 이낙훈 이태백(목원대 한국음악과 교수) 나연주씨 등 전국에서 활동하는 내로라 하는 명고수들이 이 대회를 통해 이름을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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