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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을지문덕 장군의 기개

 

 

神策究天文하고 妙算窮地理라 戰勝功已高한댄 知足願云止라.
신책구천문     묘산궁지리   전승공이고     지족원운지

 

귀신과도 통할 만한 책략은 이미 하늘의 이치를 헤아린 경지에 이르렀고 오묘한 술수는 땅의 이치에 통달한 경지에 이르렀구려. 전쟁에 이겨서 이미 공도 높이 쌓았으니 족한 줄 알았으면 이제 그만 두시는 게 어떻겠는가?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의 장수인 우중문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수나리의 장수 우중문에게 주는 시)〉이다. 혹자는 반문을 할는지 모른다. "이 시는 온통 우중문을 칭찬한 내용으로 되어 있는데 이 시가 어떻게 우중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겠느냐?"고.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필자도 고등학교 때 이 시를 배우면서 그런 의심을 했었으니 말이다. 이 시는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는 마치 우중문의 높은 책략과 오묘한 병법을 칭찬한 시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신책(神策)", "묘산(妙算)"운운 한 게 다 "그래, 너 참 잘났다. 녀석, 꼴값하고 있네"라는 표현일 따름이다. 칭찬인 듯 하지만 결코 칭찬이 아니라 조롱인 것이다.

 

그렇게 조롱하다가 을지문덕 장군은 시의 마지막 구절에 이르러 준엄한 목소리로 "자, 이제 네 꼴을 알았으면 장난 그만 치고 써 물러가라"고 호통을 치는데 그 호통마저도 마치 어린 아이 달래듯이 "그래, 족한 줄 알았으면 이제 그만 둬야지"라는 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얼마나 높은 기개이며 당당한 자신감인가?

 

우리의 조상들은 이런 자존심과 자신감과 당당한 기개로 세상을 살았고 국난을 극복하였다. 우리는 이 시대에 조상들의 그런 기개를 되살려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를 넘보는 주변에 대해서 단호하면서도 당당한 자세를 보여야 하는 것이다. 

 

策:꾀 책  究:연구할 구  妙:오묘할 묘  算:셈할 산  窮:다할 궁  勝:이길 승  願:원할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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