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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JIFF] 더이상 경계는 없다 '다큐멘터리 비엔날레'

 

 

지난 2월 개최된 제53회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아주 이색적인 영화를 지목했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조국을 떠나 영국으로 밀입국하는 두 아프가니스탄 청년의 힘겨운 여정을 그린 영국영화 '이 세상에서'(감독 마이클 윈터버텀)를 최고 영예인 황금곰상 수상작으로 선정한 것.

 

특히 이 작품은 세미다큐멘터리 형식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4월의 전주는 다시 다큐멘터리 영화에 주목하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번갈아 가며 격년제로 여는 섹션2003 '다큐멘터리 비엔날레'.

 

기록영화(documentary film)는 '사실을 기록하는 논픽션 영화'. 뉴스영화와 과학·교육·PR·미술·스포츠영화등이 여기에 속한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인간과 자연의 투쟁을 주제로 하고, 그 주제를 통해 서정적이고 유미적(唯美的)인 메시지를 전하는데서 출발했다.

 

그러나 최근의 기록영화는 그 형식이 전혀 다른 극영화와 접근, 미묘하게 융합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세미다큐멘터리, 또는 예술 기록영화라고 불리는 장르다.
2003 전주 다큐멘터리 비엔날레는 허구와 사실, 그리고 그 축이 되는 작가의 시선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극영화 거장들이 만든 다큐멘터리도 소개된다.

 

전주가 올해 꾸며내는 다큐멘터리는 '다큐멘터리, 오늘'과 '7인의 다큐기행'·'츠치모토 노리아키 회고전'·'장 클로드 루소 특별전'·'덴마크 다큐멘터리 스페셜'로 요약된다.

 

'다큐멘터리, 오늘'에서는 첨예한 정치·사회적 문제, 한 개인의 비밀스런 기억등을 담은 작품들로 구성됐다.  홍형숙 감독의 '경계도시'와 안해룡 감독의'침묵의 외침'·알렉시스 쿠로스 감독의'내딸 없이는'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경계도시'는 과거 정권들의 이적성 시비에 휘말린 끝에 33년동안이나 고국 땅을 밟지 못한 채 살아온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이야기를 담아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시선을 모은 작품.
'7인의 다큐기행'에서는 칠레의 라울 루이즈 감독과 미국의 존 휴스톤·영국의 데릭 저먼등 극영화 감독들이 만든 다큐 작품이 소개된다.

 

또 1970년대 당시 일본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나마타병 시리즈를 제작, 특정 사회적 주제에 대해 집요한 다큐멘터리 운동을 펼쳐낸 일본의 거장 츠치모토 노리아키 감독 회고전과 프랑스의 장클로드 루소 감독 특별전, 그리고 덴마크 다큐 스페셜도 전주가 차린 잔칫상이다.

 

◆ 덴마크의 다큐멘터리

 

덴마크의 다큐는 독특하다.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한다고 볼 수 있을 만큼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민성욱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장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 BBC 다큐멘터리에 필적할 수 있는 작품으로 단연 덴마크 다큐를 꼽았다.

 

전주가 덴마크 다큐에 주목하는 이유는 저널리즘적인 시각의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내용과 형식간의 미학적 관계를 고찰하는 사적인 창작 영역을 발전시켜왔다는 데 있다.

 

영국 다큐멘터리와 쌍벽을 이루는 덴마크의 성과는 다큐방영에 상당 시간을 할애하는 TV채널에 힘입었다. TV가 다큐멘터리 영화 발전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문화적 욕구에 부응하는 측면에서 작업 방향에 도움을 주었다는 분석이다.

 

전주에서는 전형적인 미국인들과 미국의 상징적 풍경들로 구성된 외르겐 레스 감독의 '66개의 미국풍경', 시적 다큐멘터리의 수작으로 꼽히는 욘 뱅 칼센 감독의 '손님이 오기 전에'등 8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 다큐멘터리에서 읽는 전쟁의 상흔

 

다큐멘터리 영화가 인간의 삶에 접근하는 통로중 전쟁만큼 관심을 끄는 소재가 있을까. 특히 올해는 이라크전쟁이 지구촌을 뒤흔들면서 전쟁의 상흔을 담아낸 다큐멘터리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올 축제의 도시 전주를 찾아온 다큐멘터리중 전쟁을 소재로 다룬 영화로는 안해룡 감독의 '침묵의 외침'과 츠치모토 노리아키의 '아프간의 봄', 그리고 존 휴스턴 감독의'산 피에트로의 전투'를 꼽을 수 있다.

 

안해룡 감독(42)이 만든 '침묵의 외침'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소리 없는 외침 그 자체다. 영상과 사진등  매체를 넘나드는 발상이 신선하다는 평.
지난해 여성부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함께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영상자료로 만들기로 한 프로젝트의 지휘를 맡아 나눔의 집을 비롯, 전국 각지를 찾아다니며 할머니들을 인터뷰하고 이를 영상물로 남긴 것.

 

현재 위안부 피해여성 대부분이 80대 고령으로 갈수록 증언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안감독은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홍보팀장을 맡아 전주와는 아주 특별한 인연.

 

일본 츠치모토 노리아키 감독이 지난 1989년 제작한 '아프간의 봄'은 당시 10년간의 전쟁 끝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 고향으로 돌아가는 구 소비에트 군인들의 표정을 담아냈다. 일본과 아프가니스탄이 공동 제작한 이 영화는 전쟁으로 10년이상 외부 세계와 단절돼 온 아프간 사람들의 생명력과 전쟁의 참상을 동시에 조명했다.

 

미국 존 휴스톤 감독의 1945년작 '산 피에트로 전투'는 세계 2차대전중에 제작된 영화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랫동안 미군이 상영을 지연시켰던 영화로 매우 귀한 필름이다.

 

전쟁당시 통신병으로 입대했던 감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독일군을 패배로 이끈 산 피에트로 전쟁을 보여 주고는 있으나 승리의 대가는 결국 군인들의 엄청난 희생이라는 사실을 여과없이 그려냈다.
승리에 대한 찬양이나 영웅주의식 전개를 탈피, 선전용 영화의 한계를 넘어 전쟁의 상흔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평이다.

 

-위 글은 전북일보에서 제작한 '2003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에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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