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정(情)과 진정한 재주(才)
情必近于癡而始眞하고 才必兼乎趣而始化라.
정필근우치이시진 재필겸호취이시화
정(情)은 반드시 어리석은 정도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진정이라고 할 수 있고 재주는 취미처럼 되었을 때 비로소 자기 재주라고 할 수 있다.
청나라 사람 장조(張潮)가 쓴《유몽영(幽夢影)》이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한 때 유행했던 어떤 가수의 노래 가운데 "사랑을 할 때면 누구나 바보가 되지요"라는 가사가 있었던 것 같다. 맞는 말이다. 사랑 앞에서 바보가 되지 않으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말이라면 설명이 없어도 그저 믿음이 가고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면 따져볼 겨를도 없이 그저 좋기만 해야 그게 사랑이다.
로미오와 쥴리엣이 양가 사이가 원수지간이라는 현실적인 조건을 따지고 계산했다면 그런 뜨거운 사랑을 할 수 있었겠는가? 사랑은 설명과 이해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리석은 기쁨으로 이루어진다. 일과 재주에 대한 열정 또한 사랑에 대한 열정 못지 않게 뜨거워야 한다. 단순히 남보다 조금 낫다고 해서 그것을 재주라고 할 수는 없다. 너무 좋아한 나머지 거기에 몰두하여 생활의 일부로 즐기는 취미가 되어버린 재주라야 비로소 완전히 자기 것이 된 재주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이든 재주든 어설픈 상태로 엉거주춤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불같은 열정으로 확실하게 덤벼들고 확실하게 몸을 불태울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랑이 되고 재주가 된다. 세상에 뜨겁지 않은 가슴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어디 있으랴! 안도현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넌 누굴 위해 한번이라도 그렇게 뜨거워 본 적이 있느냐?"
近:가까울 근 癡:어리석을 치 始:비로소 시 兼:겸할 겸 趣:취미 취 化:될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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