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풀을 먹을까. 초식동물이 아닌만큼 풀을 뜯어 먹는 일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래서 사리에 맞지 않거나 말도 안되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할때 이를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라고 비유한다.
원광대 정동명 교수(52·전기전자정보공학부)가 펴낸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도서출판 천문각). 책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단어 하나씩 풀어보면 별문제가 없지만 예의를 차려야 하는 자리에서는 함부로 꺼내지 못할 말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만큼 제목에서부터 책은 도발적이다.
그것도 저자의 직업이 대학교수이니 재미 삼아서라도 제목을 한번 더 곱씹고 책장을 넘길 것이다.
그러나 머릿글을 읽고나면 책 제목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의용생체공학을 전공, 원광대 생체공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의 삶과 질병문제를 사회 고정관념과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다.
그는 머릿글에서 '개도 토끼처럼 풀을 먹을 때가 있다. 뱃속에 회충이 있거나 질병에 걸렸을 때, 또는 상처를 입었을 때 풀밭에 가서 씀바귀라는 풀을 뜯어 먹는다”고 설명했다.
"더러는 풀을 밥 먹듯이 하는 개도 있다”고 밝힌 그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라는 말은 때로 적절하지 못한 비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상식과 전문지식이 항상 옳을 수만은 없다는 뜻이다.
서양의학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한방 과학화분야 연구를 계속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질병과 건강에 대한 고정관념을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로 비유했다.
책은 저자가 개인적 체험으로 얻은 삶과 질병의 실체, 마음과 신체의 상관관계, 그리고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등을 중심으로 엮어졌다. 일반 상식, 또는 전문지식과는 상반된 내용들이 많다.
표지 제목은 소설가 이외수씨가 젓가락에 먹물을 묻혀 직접 썼다. 저자와 이씨는 10여년전부터 막역하게 지내는 사이.
정교수는 "양·한방을 무수히 돌아다니며 10년 가까이 고생한 아내의 질병이 결국 스트레스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현재의 의료체계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가치관의 혼동을 겪으면서 질병과 삶의 근원에 대해 새롭게 접근하게 됐다”고 집필동기를 소개했다. 인간의 마음으로부터 생기는 질병은 잘못된 생각과 잘못된 생활을 하는 사람을 도태시키는 방법중 하나라는 게 정교수가 얻은 결론이다.
최근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비만을 '결핍'으로 정의한 것도 이같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영양학적 측면에서는 소모량보다 많은 '과잉섭취'로 해석되는 비만을 저자는 △생산적인 정신활동의 결핍 △육체적인 순환과 활동의 결핍 △천연식품 영양의 결핍으로 풀이했다.
열린 마음의 눈으로 정말 개가 풀을 뜯어 먹는 장면을 보기도 하고, 기존의 상식으로부터 자유로운 시각에서 삶과 질병의 실체에 대해 고민하기를 기대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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