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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항아리를 깰까봐……

 

 

항아리를 깰까봐 쥐를 못 잡는 게지………

 

鼠近於器나 尙憚不投는 恐傷其器라
서근어기   상탄불투   공상기기라

 

그릇 가까이에 쥐가 있어도 오히려 쥐에게 물건을 던져 잡지 않는 까닭은 그릇이 상할까봐 염려되어서이다.

 

《한서(漢書)》〈가의전(賈誼傳)〉에 나오는 말이다. 당시에 민간에 유행하던 속담에 "욕투서이기기(欲投鼠而忌器:물건을 던져 쥐를 잡고자하나 그릇이 염려되네)" 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 속담을 풀어서 한 말이다.

 

이 말에 이어〈가의전(賈誼傳)〉에는 "조정에 자리하고 있는 권신과 간신들을 치고자 하나 황제가 다칠까봐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온다. 세상에는 이런 경우가 많이 있다. 무도하고 버르장머리 없기 그지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다른 이유로 인하여 차마 어쩌지 못하고 그냥 놓아두었는데 그러한 사정도 모르는 채 오히려 기고만장하여 행패를 더 부리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꼴불견들이 많이 있는 사회, 또 이런 꼴불견들을 차마 어쩌지 못하여 그냥 두고 보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각자가 꼴불견이 되지 않도록 분수를 알아야할 것이며,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만약 이런 꼴불견이 준동한다면 모두가 나서서 그러한 준동을 막는 일이다.

 

교육현장에서도 부모의 힘(?) 때문에 문제학생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채 그냥 놓아두는 일이 없어야 하고, 파업에 관한 협상에서도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현상은 없어져야 한다. 그릇은 깨지 않아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쥐를 방치해 두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鼠:쥐 서  近:가까울 근  尙:오히려 상  憚:꺼릴 탄  投:던질 투  恐:두려울 공  傷:상할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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