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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굶어 죽을지언정

 

 

不食嗟來之食이라
불식차래지식

 

오만하게 "자! 와서 먹어라"라고 하면서 무례한 태도로 주는 밥은 먹지 않는다.

 

《예기(禮記)》〈단궁(檀弓)〉하(下)편에 나오는 말이다. 제나라에 큰 흉년이 들어 굶어 죽는 사람이 많게 되자, 검오(黔敖)라는 사람이 거리에서 밥을 나누어주게 되었다. 그 때 어떤 굶주린 사람이 소매로 얼굴을 가린 채 절면서 다가왔다.

 

검오는 자신의 선행을 자랑이라도 하듯 왼손에는 밥, 오른 손에는 마실 것을 들고서 무례한 말투로 "자, 와서 먹어라"라고 하였다. 그러자, 그 굶주린 사람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무례하게 주는 밥은 먹지 않겠다고 하였다. 잘못을 안 검오가 그에게 사과하였다. 그러나, 그는 끝내 밥을 먹지 않고 굶어 죽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증자(曾子;공자의 제자)는 "무례하게 주는 밥을 먹지 않은 것은 그럴 만한 일이지만 사과했다면 먹었어야 옳다"고 말하였다.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는 음식만 필요한 게 아니다. 자존심도 필요하다. 자존심이 없이 던져주는 음식이나 쓰레기통에 담아주는 음식을 먹고서 동물적 생명만 유지하고 있다면 그는 이미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음식을 베푸는 사람도 잘 베풀어야 하고 먹는 사람도 잘 가려서 먹어야 한다.

 

남이 주는 밥 뿐 아니라, 스스로 찾아서 먹는 밥도 정당한 밥을 찾아 먹어야한다. 절도, 매춘, 사기로 호의호식하는 것은 던져주는 밥이나 쓰레기통을 뒤져서 먹는 것보다 더 비천한 밥을 먹는 것이다. 떳떳한 밥을 먹을 때 비로소 사람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食:먹을 식  嗟:탄식할 자. 감탄사로서 "아아!" 혹은 "자-"라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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