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동안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술시장. 자신의 작품전을 열기도 쉽지 않은 요즘,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사재를 털어 전시회를 마련한 작가가 있다.
전주출신 서양화가 김춘식씨(56·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 20년 전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가 고향 후배들을 격려하고 힘을 북돋워주는 기획전을 마련, 미술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젊은 작가 17명을 초대, 27일부터 6월 1일까지 서울 갤러리에서 여는 '온고을 청년 미술전'.
"후배들이 더 큰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자리를 펴주고 싶었다. 후배들의 안목을 넓혀주고 그들의 작품세계를 더 많은 미술인과 단체들에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영생고와 전주대 미술과를 졸업한 뒤 신흥중 미술교사로 활동하다 지난 83년 상경, 그림에만 매달려온 그는 "그동안 전북이라는 기반이 나를 항상 든든하게 했다”면서 고향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전시를 위해 '1인4역'을 도맡아 했다. 1천만원이 넘는 목돈을 내놓은 재정지원부터 기획, 포스터·팜플렛 제작, 발송까지 모든 과정이 그가 치른 작업.
"개인전 치를 때보다 힘들었지만 후배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컸다”는 그는 도전정신이 약한 후배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후배들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작업실에서 그림만 그리고 있어 안타깝다. 실력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을 벗어나 중앙에서 활동하며 인간관계를 넓히는 것 또한 중요하다.”
9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그림그릴 여건이 안됐지만 그림을 향한 열정과 투쟁이 오늘의 자신을 이뤄냈다고 소개한 그는 후배들도 스스로 개척하는 정신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양화가 유휴열씨와 고교 동창인 그는 국전(대한민국 미술대전 전신)에서 8회 연속 입선했으며, 목우회 이사와 서울 강동미협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의 '후배사랑'에 힘입어 서울나들이에 나서는 작가들은 모두 17명. 고태승 권영주 김병남 김선태 김성민 김성춘 류일선 박천복 성민홍 윤철규 이석중 이주리 이철규 이택구 장도규 조병철 조헌 최광호 최주현씨 등이다. 이들은 인물과 자연을 주로 표현한 작품 2점씩을 출품, 모두 30여점을 선보인다. 02-2000-9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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