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엔 꽤 많은 영화들이 개봉한다. 하지만 '매트릭스2''와일드카드' 등 지난 주 개봉된 영화들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일 것 같다.
해학과 코믹으로 울리고 웃기는 '아리랑'은 남북한 동시개봉이라는 뜻깊은 성과를 얻었지만 관객의 관심을 끄는데는 역부족. 할리우드의 검은 지성이라 불리는 덴젤 워싱턴의 감독 데뷔작 '앤트원 피셔', 유쾌하게 고민하는 신부들의 로드무비 '신과 함께 가라'도 마찬가지다.
'어른들의 성장영화'란 색다른 모양새를 띈 독일영화 '신과 함께 가라'는 속세에 무지하다시피 한 수도사들이 속세에서 겪는 갈등과 방황, 성장을 다룬 로드 무비. 언뜻 경건한 종교극이 연상되지만 영화는 경쾌하게 진행된다. 또 변심한 베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성당에 모인 3명의 수도사가 함께 성가를 부르는 장면은 사람의 목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앤트원 피셔'는 감옥에서 태어난 피셔가 출감이후 자신을 버린 어머니와 학대와 멸시를 일삼았던 양부모 등 들추기 싫은 기억과 대면하며 상처받은 자아를 회복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원작 '파인딩 피시'는 미국 내 베스트 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비정성시'로 1989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허우샤오셴 감독의 '밀레니엄 맘보'는 그가 21세기를 맞아 기획한 '현대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2011년 20대 후반이 된 비키가 회상하는 2001년의 오늘.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흔들리는 청춘의 초상과 동시대를 가장 근접 촬영한 영화로 기록될 만하다.
'다크니스'(감독 자우메 발라구에로)에서 악의 진원지는 '어둠'이다. 스스로 도는 회전목마 장난감, 복도 끝에 서있는 아이들의 혼령 등 어둠이 짙어지면서 공포가 휘감아 온다. 닳고닳은 장치와 뻔한 캐릭터를 차용했지만 빠른 장면 전환, 흔들리는 카메라, 날카로운 사운드 등 적절하게 사용된 테크닉은 영화의 강점이다.
외국 영화들의 대거 입성이라는 악조건 속에서 과감하게 출사표를 던진 국내영화도 있다. 채정안 주연의 한·일합작영화'런 투유'(감독 강정수)와 남북 동시개봉하는 남한영화'아리랑'(감독 이두용).
2003 리메이크판 '아리랑'은 1926년 춘사 나운규의 작품을 70여 년만에 리메이크한 작품. 1926년 당시 극장 안을 눈물의 홍수로 잠기게 하다가 영화가 끝날 무렵 모든 관객이 일어나 아리랑을 합창하게 만들었다는 전설을 가진 영화다.
"살아가는 시름 잊고 눈물이 나면 참지 말아 주시길… 자, 영사실 필름 돌려요”라는 변사 최주봉의 멘트와 신인 연기자들의 조화는 낯설지만 오히려 친숙한 매력을 선보이고, 익숙한 신파정서는 웃음보와 눈물샘을 번갈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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