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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여백의 정신세계, 한국화가 홍성녀 두번째 개인展

 

 

관념 속 산수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다. 그러나 어딘가에는 존재할 것 같은 이상향의 세계. 그것은 현실을 떠난 정신 세계의 사유와 상상의 폭을 넓힌 후에 만날 수 있는 그런 세계다. 6일부터 12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한국화가 홍성녀씨(44)의 작품은 그러한 관념의 세계와 현실이 교차하는 풍경으로 밀착해있다.

 

"자연을 향한 나의 심상과 가치관을 담아내는 작업을 하면서 실경을 그대로 화폭에 옮겨내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았다.  풍경의 아름다움 뒤에 남아 있는 본질적인 정서를 드러내는 일은 온전히 나의 철학과 가치관으로 해석되어야만 가능한 그런 것이었다."

 

지난 98년 정물과 동물을 주소재로 한 개인전에 이어진 이번 전시회에 그가 보여주는 변화는 주목을 끈다. 새삼 실험적이지는 않지만 긴밀해지고, 깊어진 먹의 세계가 그렇고, 자연에 대한 해석의 깊이가 그렇다.

 

자유롭게 종횡무진하는 붓질 대신 작은 터치로 섬세하게 화폭을 채워 가는, 그러면서도 강한 힘과 부드러운 농담의 효과를 살려낸 그의 작품들은 한눈 팔지 않고 작업에만 몰두해온 그의 오랜 시간이 온전히 담겨 있다.

 

눈에 띄는 작품이 적지 않지만 10미터에 이르는 대형작품 '갈대의 노래'는 특히 그의 고투가 더해진 작품. '그림 그리는 일은 궁극적으로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그의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보여주는 이 작품은 금강하구둑의 풍경을 옮겨낸 것인데, 조류나 동물의 표현력이 뛰어난 그의 특기와 잔잔한 붓터치로 강렬한 이미지를 구사해내는 형식적 특징이 그대로 살아나 있다.  가득 찬 듯 비어있는 듯한 화폭, 먹의 빛깔을 통해 전해지는 농묵의 아름다운 세계는 소품들까지도 한 껏 돋보이게 하는 것도 그의 미덕이다.

 

"선과 여백은 그림 작업을 하는데 있어 영원한 과제일 것 같다"는 그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한동안 붓을 놓았다가 90년대 초 목원 임섭수씨를 만나 다시 그림을 시작한 이후, 성실하고 치열하게 자기 작업을 지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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