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亂世之徵).....其文章匿而采하고 其養生無度하며 其送死瘠墨하고 賤禮儀而貴勇力이니라.
(난세지징).....기문장닉이채 기양생무도 기송사척묵 천예의이귀용력
난세의 징조를 보자면......문장은 실질적 내용을 은폐한 채 아름답게 꾸미기만 하고, 양생(養生:건강관리)은 법도와 절도가 없으며, 죽은 자를 보냄(장례)에 있어서는 예를 챙기지 않아 각박하고, 예의를 천하게 여기고 사나움과 힘을 귀하게 여긴다.
어제에 이어 살펴본 순자(荀子)가 말한 난세의 조짐에 관한 글이다. 출처는《순자(荀子)》〈악론(樂論)〉의 끝 부분이다. 순자가 제시한 이 조짐들 역시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과 너무 많이 닮아 있다.
하루에도 몇 십 권 씩 쏟아져 나오는 각종 책들은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바른 도를 담고 있다고 하기보다는 '빤짝'하는 재치로 사람들을 유인하여 돈을 벌고자 하는 뜻을 가지고 겉만 화려하게 꾸민 게 대부분이고, 사람들이 다투어 챙기는 건강의 비방들 또한 무질서하기 이를 데 없다.
법도가 없이 무질서하고 무절제한 그 '양생의 도(道)' 때문에 개구리가 수난을 당하고 각 종 야생동물이 수난을 당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산 자를 치료하기 위한 소모품용 장기를 만들기 위해 복제인간을 꿈꾸기까지 하고 있다. 게다가 모든 것을 산 사람의 쾌락과 편안함 위주로 생각하다보니 죽은 자에 대해서 배려할 뜻은 거의 없다.
장례가 엄숙해야 할 필요도 없고 슬프고 곡진해야 할 이유도 없다. 장례를 그저 치우기가 쉽지 않은 쓰레기 치우기 정도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리고 예의는 더 이상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용감하게 덤벼드는 힘 앞에서 예의를 챙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있는 게 현재의 우리 사회이다. 순자가 제기한 난세의 조짐과 어쩌면 그렇게 딱 들어맞는지 모르겠다. 어찌해야 할거나?
匿:숨길 닉 采:꾸밀 채(=彩) 養:기를 양 度:법도 도 送:보낼 송 瘠:파리할 척 墨:어두울 묵 賤:천할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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