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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시원한 돗자리와 따뜻한 이불

 

 

夏則扇枕席하고 冬則以身溫被라
하즉선침석     동즉이신온피

 

여름에는 베개와 돗자리에 부채질을 하여 시원하게 해 놓고 겨울에는 몸으로 이불을 따뜻하게 데워 놓았다.

 

《진서(晉書)》〈왕연전(王延傳)〉에 나오는 말이다. 왕연은 효행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는 아홉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3년 동안 피눈물을 흘리며 울었고 매년 제사 때가 되면 열흘씩을 울었다고 한다. 후에 계모가 들어왔는데 그 계모의 학대가 매우 심했다.

 

그러나, 왕연은 그런 계모에게 더욱 정성을 다하였다. 여름에는 어머니의 베개와 돗자리에 부채질을 하여 시원하게 해 놓고 겨울에는 일부러 어머니의 이불 안에 미리 들어가서 몸으로 이불을 따뜻하게 데워 놓았다. 이러한 효성에 감탄하여 계모는 더 이상 왕연을 학대하지 않고 친자식처럼 잘 돌보았다. 후에 왕연은 훌륭한 인물이 되어 좌승상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왕연의 정성이 계모의 마음을 바꾸어 놓았듯이 지극한 정성은 언젠가는 큰 감동을 낳게 될 것이다.

 

사랑은 효과나 성과를 따지지 않고 투자하는 지속적인 정성이다. 자식의 학교 성적이 좀 낮다고 해서 "이 녀석 공부하기는 틀렸나 보다"고 쉽게 포기할 일도 아니고 아내 혹은 남편의 하는 짓이 왠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글렀다"고 체념할 일도 아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을 할 뿐이다. 이 노력은 누구를 위해서 하는 노력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하는 노력이다. "내 발 밑을 파라, 거기에 맑은 샘물이 솟으리라." 지금 내가 서있는 이 자리에서 최선의 정성을 다하도록 하자. 

 

扇:부채 선, 부채질 할 선  枕:베개 침  席:자라 석  溫:따뜻할 온  被:입을 피, 이불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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