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배우도 개인적인 친분이나 오마주 등을 이유로 단역으로 출연하는 경우가 있다. '카메오'(cameo)라고 불리는 특별출연이다. 카메오는 보석에 조각해 전체를 돋보이게 하는 장신구. 영화를 빛나게 하는, 일종의 우정출연으로 생각하면 쉽다.
'플레이어''패션쇼''오스틴파워''총알 탄 사나이''제이 앤 사일런트 밥' 등은 카메오 종합선물세트. 수많은 유명인사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은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카메오의 대표적인 감독은 히치콕이다. 개를 끌고 지나가는 신사('새'), 카우보이 모자를 쓴 행인('싸이코'), 버스를 놓친 행인('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기차에서 카드놀이 하는 승객('의혹의 그림자') 등 그의 독특한 취미(?)인 카메오는 웃음을 넘어 '히치콕 영화'의 한 특징으로 자리잡았다.
'비버리힐즈 캅3'의 존 랜디스 감독은 평소대로 조지 루카스·조 단테·존 싱글턴 등 유명 감독들을 대거 동원했다. '도쿄맑음'은 스오 마사유키·츠카모토 신야·모리타 요시미츠 등 유명 감독들이 우편배달부·행인을 자청해 카메오로 출연했다.
90년 후반 들어 국내에서도 감독들의 카메오가 부쩍 늘었다. 류승완 감독은 '오아시스'에서 설경구의 동생으로, '복수는 나의 것'에선 중국집 배달원으로 출연했다. 장진 감독도 임원희·류승범과 함께 자신의 영화인 '킬러들의 수다'에 출연, 또 다른 볼거리를 안겼다.
'할렐루야'에서 행인으로 만족해야 했던 신승수 감독은 자신의 영화'엑스트라'에서 강간범 연기를 지도하는 감독으로 출연, 임창정과 연기대결을 펼쳤다. 영화 촬영장면이 많았던 이 영화는 정지영·장현수·정초신 감독과 팝 칼럼리스트 이무영이 영화 속 감독으로 종횡무진 했다.
이색적인 카메오도 눈에 띈다. '해적, 디스코왕 되다'는 레슬링스타 심권호가 다혈질 체육교사로 등장해 폭소를 자아냈고 '교도소월드컵'은 한양여대 여자축구 선수들이 출연했다. '엑스트라'는 최선규·임성훈·이상벽 등 MC3인방이 영화배우·의사·청소부 아저씨 역을 맡아 손색없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눈엔터테인먼트 최낙권 대표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음악다방 코믹DJ로, 진인사필름의 양준경 대표는 '친구'에서 영어선생님으로 깜짝 출연했다. 곽경택 감독은 '챔피언'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강원도 고성군수로 출연시켰다.
가장 많은 카메오는 동료 배우. 연기자의 지명도와 맡은 역할에 따라 영화의 맛이 크게 달라진다.
'이것이 법이다'에선 이경영·윤다훈·권해효는 특수부 형사로 출연, 짧지만 개성 강한 연기를 보여줬다. 공형진은 비록 카메오지만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으로 출연했다. '찜'에선 김승우·이상인·권해효가 김혜수와 선보는 남자로 출연해 딱지를 맞았고, 이휘재는 '싱글즈'에서 엄정화의 46번째 남자친구로 출연해 주인공인 이범수에게 눈총을 받았다.
'보스상륙작전'의 나이트클럽에선 이경실·김국진·이윤성·김애경이 손님으로 등장해 웃음을 선사했고, '번지점프를 하다'에선 김갑수가 대학 교수로, 이범수가 특유의 익살스런 감초 연기로 빛을 더했다. 이범수는 '피아노 치는 대통령' 시작부분에서 단 한 장면만으로 자지러질 듯한 폭소를 안겼다. 이 영화에서 아파트 경비로 나온 윤문식은 절묘한 핸드폰 안테나 묘기를 자랑했고, '수다맨' 강성범은 자신의 캐릭터 그대로 나와 대통령과 그의 스캔들 상대를 한껏 풍자했다.
'조폭마누라'에서 상대편 보스로 출연한 최민수는 자칫 밋밋하게 끝날 수 있는 상황에 일침을 가했다. 그 반대로 'YMCA 야구단'에선 조승우가 어리버리한 마부 청년으로 나와 그 동안 쌓은 깔끔한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고통을 감수하기도 했다.
'의적 로빈훗'에서 숀 코네리는 리차드 왕, '패닉룸'에서 앤드류 케빈 워커는 옆집 주인, '파인딩 포레스터'에서 맷 데이먼은 변호사, 'ET'에서 해리슨 포드는 교장선생님, '회색도시'에서 제임스 스페이더는 80년대 쿨한 여피족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퀴즈 쇼'에서 강의가 끝나고 반 도렌 교수에게 질문하는 몇 명 학생들 중에 에단 호크가 있고, '열정의 록큰롤'에서 록큰롤을 악마의 음악이라며 하느님을 찾는 신부는 알렉 볼드윈이다. '클럽 싱글즈'에서 반쯤 올라간 눈동자와 부스스한 머리의 주인공은 팀 버튼, '스파이 키드'와 '씬 레드 라인'에서 점잖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는 사람은 조지 클루니다. 실화를 소재로 했던 '에린브로코비치'에서 실제 주인공 에린은 웨이트리스로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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