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미술교사들이 지켜온 약속. 25일부터 31일까지 전북예술회관과 8월 1일부터 7일까지 익산 현대갤러리에서 열리는 녹색종이전은 교육현장에서 미술을 가르쳐온 교사들이 틈틈이 시간을 쪼개 이어온 창작 결실을 모두어낸 전시회다. 올해로 열세번째. 지난 91년 첫 전시회를 가진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1년 한차례씩 전시회를 가져온 미술교사들의 열정은 그들이 또한 교육현장을 얼마나 성실하게 지켜가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참여회원은 김일(부안 계화중) 노해남(진안 안천고) 류재현(전주 동중) 박성철(임실 상관중) 박진영(장수 번암중) 이건호(전주 온고을중) 최용문(부안 보안중)씨. 전북대 사범대 미술교육과에서 함께 공부한 동기생이다.
올해 작품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작가마다의 고유한 표현 형식을 자유롭게 풀어낸다.
매월 정기모임을 통해 현장교육의 문제점을 논의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그것을 조형언어로 담아왔던 미술교사들의 전시회가 순수한 창작정신이 발휘된 화가들의 전시회로 성격이 바뀌어 보이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초기에는 학교교육 현장을 공통된 소재로 택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교육현장이 빠른 속도로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고,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건호씨는 전시 작품의 성격을 바꾼 이후 조금은 위축되어 있던 개인의 개성과 창의력이 새롭게 발휘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매우 다양한 형식과 주제의 작품들이 작가마다의 독특한 언어로 담겨져 전시된다.
한국화와 서양화 판화 컴퓨터그래픽 등 형식의 자유로움 뿐 아니라 매체나 표현형식의 실험적 탐색이 충분히 발휘된 작품들이다.
서양화와 동양화의 어느 한쪽 기법을 택하지 않고 자유로운 형식의 결합으로 동서양화의 경계를 제기하거나, 화법의 기본에 따르지 않고 즉흥적인 행위와 감정의 흐름을 아크릴이나 먹의 특성을 활용해 표현하면서 매체와 기법에 대한 실험적 모색을 시도한 작품들은 신선하다. 이성과 감성이 공존하거나, 눈으로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세계, 혹은 자연에 대한 분석적 접근을 강렬하게 반영한 화폭들도 새롭다.
미술을 향한 인식의 끈을 공유하면서도 다양한 통로로 현대미술이 지향하고 있는 탈장르적 미적 세계를 열어보이려는 열정이 눈길을 모을만하다.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에게는 스승의 창작열정을 새로운 감동으로 전하는 교육적 효과도 적지 않을 터.
이들이 녹색종이를 모임의 이름으로 택한 이유에도 고개 끄덕여진다.
'녹색은 젊고 의욕이 넘친 교직을 상징하는 색이며 종이는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모든 매체의 대표성을 지칭한다'
가르치는 일과 창작하는 일, 그 어느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젊은 작가들의 열정이 욕심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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