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어라, 하늘 나라의 음악을 바닷가를 향해 부는 이가 누구인지를.
誰知天上曲을 來向海邊吹오
수지천상곡 래향해변취
최치원 선생이 쓴 〈야증악관(夜贈樂官:밤에 악관에게 주는 시)〉의 3,4구이다. 바닷가 오두막집의 창가에서 밝은 달을 마주하고 앉아 있을 때 어디선가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퇴임한 어느 악관의 연주인가? 아니면 철썩이는 파도와 화음을 이룬 솔바람 소리인가?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한 여름 밤의 꿈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익어가야 한다. 누군가 타는 퉁소소리가 있으면 좋고, 그게 없으면 그저 파도소리와 바람소리가 어우러진 자연의 음악, 바로 하늘 나라의 음악이 있으면 그만이다. 그런 자연의 소리를 듣는 기회를 갖는 게 바로 휴가이고 피서인데 다시 무엇 때문에 노래방이 필요하고 쥐어 패듯이 줄을 훑는 시끄러운 기타소리가 필요하고 술에 취한 고성방가가 필요하랴.
조윤제 선생은 일찍이 〈은근과 끈기〉라는 글을 써서 은근한 정과 차분한 끈기가 바로 우리 민족의 특징이자 자랑이라고 하였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는 그런 은근함과 끈기가 다 사라져 버렸다. 외국인들도 다 아는 "빨리빨리”는 이제 우리 민족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되어 버렸고 우리는 단 하루도 고요하게 정지해 있는 생활은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마냥 뛰고 싸우고 소리 지르며 살아야만 살아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비로소 안도하는 것 같다.
조금은 안정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올 여름엔 정말 자연에 묻혀 조용한 휴가를 한번 보내 보도록 하자.
誰;누구 수 曲:악곡 곡 向:향할 향 邊:갓 변 吹:불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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