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판소리. 전승과 함께 대중화의 과제가 우리에게 안겨진 판소리는 지금 어디쯤 와있을까.
'판'과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즐기는 놀이이자 예술. 소리꾼은 하나지만, 판은 다수의 행위자가 동참해야만 이루어진다. 그래서 판소리는 끊임없이 청중을 만나며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형성(形成)의 예술이다.
판소리는 박제화된 예술이 아니라 시대를 따라 변모해나가는 살아있는 예술이다.
판소리를 대화창·분창 형태로 변화시키고 무대화해 새로운 공연형태를 창조해낸 1백여년전 창극(唱劇)의 태동처럼, 판소리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며 시대를 위한 일탈(?)을 추구하고 있다.
근래들어 이 지역의 판소리의 대중화를 위한 변화는 보다 새롭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기획한 '판소리 명창명가'나 '판소리 다섯 바탕의 멋''득음의 길-완창발표회', 전주전통문화센터의 '해설이 있는 판소리'는 판소리 대중화를 향한 탄탄한 걸음. 명창들의 소리에 전문가의 '해설'을 곁들이거나 명창들의 바디를 엮은 무대와 영문자막시연 등은 판소리를 일반인에게 한 걸음 다가서게 하는 새로운 통로다. '해설이∼'는 귀명창들의 동호회 '더늠'을 탄생시켰다. 객석 청중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더늠은 10여년 전 판소리 연구자들이 중심이 돼 만들어진 '판소리고법연구회'나 도내 예술인들이 중심이었던 '판소리회'의 맥을 잇는다.
판소리 다섯 바탕이 아닌 새로운 소리세계를 찾아 나서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전주산조예술제는 3년전 동네 대소사나 사랑방 등에서 판을 살리던 소리광대인 '또랑광대'를 발굴, 전국무대를 활보하고 있다. 소리축제도 올해 창작판소리 사습대회와 판소리 사설 창작공모를 통해 또 하나의 판을 열었다.
판소리에서 확장된 창극의 다양한 시도도 돋보인다. 창극자체나 창극의 소재가 됐던 작품들이 오페라나 음악극 등으로 탈장르화 되고 있는 현상은 판소리가 지닌 청각적인 즐거움을 벗어나 연기와 무용의 시각적인 재미에 독특한 발상을 더함으로써 총체적인 종합예술극으로 거듭나려는 또다른 몸짓이다.
판소리 다섯 바탕을 소재로 한 정통창극과 소리꾼의 족적을 탐색한 '비가비 명창 권삼득''가왕 송흥록', 판소리의 특성을 오페라 양식에 얹어낸 '진채선', 그리고 '정읍사''협률사''시집가는 날''만복사저포기' 등에는 판소리를 공연예술로 정착시키기 위한 이 지역 예술인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전주대사습놀이·남원춘향제 전국판소리대회·전국고수대회 등 소리꾼과 고수를 찾는 대회들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성장하고 있다.
정양(우석대) 최동현(군산대) 김익두(전북대) 임명진(전북대) 전정구(전북대) 등 학계의 연구작업도 판소리 발전에 탄탄한 역할을 한다. 특히 지난 8월 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에서 낸 판소리총서의 첫 결실인 '판소리단가'와 지난 달 전북도에서도 판소리와 전북의 관계를 모색한 논문집 '전북의 판소리'는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기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수작으로 꼽힌다.
전북도립국악원·남원 국립민속국악원·남원시립국악단·고창 동리국악당의 국악교육도 대중화의 첨병이다.
그러나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는 국악계의 가장 큰 과제. 1960년대 중반부터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계속돼 왔지만, 외국인들에게 한국 전통음악은 아직 생소하다. 근래 판소리의 세계 진출 움직임이 조금씩 가시화되고는 있다고 해도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으로 대접받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의 생활에 직접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국내사정도 마찬가지. 판소리의 '판'을 여는데 아직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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