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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전북여성영화제 성과와 과제

 

제 4회 전북여성영화제는 지난 8일 저녁 7시30분 전북대 문화관 건지아트홀에서 폐막식에 이어 단편영화 경선의 최우수상작인 '정거장'을 상영하는 것으로 3일간의 막을 내렸다.

 

전북대 문화관 건지아트홀과 한솔문화공간에서 국내외 여성 관련 영화 39개 작품(단편 경선 공모작 14편 포함)이 선보였던 이번 여성영화제는, 프로와 아마추어 그리고 급진과 보수가 공존하면서 이 지역 영화팬들에게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 색다른 기회를 제공했다.

 

여성영화제를 주최한 전북여성단체협의회 유유순 회장이 개막식에서 밝혔던 "영화속에서 세계 각국의 여성들과 만나고, 영화 속에 투영된 여성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면서 여성문제를 좀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인사말처럼.

 

 

◇ 어떻게 진행됐나

 

영상매체를 통한 파급력과 효과는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주최측은 이번 여성영화제 개막식에서 부터 두 여성 사회자를 등장시켜 자매애를 통한 이끔, 즉 멘토링을 보여주려했는가 하면 전북여협 주최로 지난 9월 열렸던 전북여성합창대회 대상팀인 순창군 초롱합창단을 무대에 서게 해 주부 등 일반여성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등 세심한 신경을 기울였다.

 

또한 39개 작품을 세계 여성영화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세계여성영화 부문을 비롯, 한국 영화부문, 다양한 시선- 국내외 단편영화 부문, 1318 소녀 이야기, 단편경선 공모작, 전북여성영화제의 여성영화아카데미 제작지원작 등 6개 섹션으로 나눠 상영함으로써 주제의 집중도를 높인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비록 전주지역으로 한정됐긴 하지만 주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상영장소를 한솔문화공간과 건지아트홀 두 곳으로 분산한 점도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올해로 세번째 치른 단편 경선 공모는 전북여성영화제의 커다란 성과물로 인정받을만 하다. 첫해 출품작이 4편에 지나지 않았으나 지난해 17편에서 올해 14편으로 증가했으며 이들 출품작의 수준 또한 괄목할 만하다는 게 전문가의 평이었다. 가히 전북지역 여성감독을 길러내는 창구로서의 역할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 짚고 넘어가기

 

그러나 이번 영화제 기간에 무엇이 여성영화인지, 여성영화제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등을 확인해보고 이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기성 영화감독과의 만남이나 여성영화 관련 세미나가 전혀 마련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여성영화제의 일환으로 지난 여름 처음 마련했던 전북여성영화 아카데미가 전북지역에서 페미니즘 시각을 갖춘 여성영화 인력을 배출하고 페미니즘 인식을 확산하는데 어느정도 역할을 했다고는 하지만, 영화제 기간에 이를 담아내는 장의 마련이 필요했다.

 

1999년부터 3회를 치르는 동안 시도해왔던 여성영화 관련 포럼이나 감독과의 대화 등은 급진적인 여성영화까지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데 큰 힘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난 2회때 처럼 도내 시군을 순회하면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도 멀리 내다보고 지속해야 할 사업으로 꼽힌다. 이는 여성영화제의 궁극적인 목적이 남녀 평등사회 구현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영시간 편성을 다음 영화제에서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 6일 개막식에 앞서 오후 4시부터 상영된 여성영화 아카데미의 제작 지원작(서울여성재단에서 1백50만원 지원) 세편은 평일 오후에, 그나마 아마추어 작품이어서 일반인의 관심을 전혀 끌지 못했다.

 

이들 작품을 중간에 편성해서 상영하는 방안, 영화제 기간을 늘리거나 일요일과 평일 늦은 시간까지 상영하는 방안 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전북여성영화제의 모태가 된 서울여성영화제에 의존도 또한 이번에도 개선 과제로 남았다. 단편영화 조차 서울여성영화제와 단편 배급사 인디스토리가 제공한 작품들로만 한정돼 다양한 맛이 덜했다. 서울여성영화제와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이 지역의 정체성을 읽을 수 있는, 지역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 어떻게 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전북여성영화제가 정체성을 갖기 위해서는 배급의 선을 다양화하고, 단편 경선에 전북지역 단체들의 작품을 포함시키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번 영화제 단편공모전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조화림 전북대 교수는 "지역 여성의 실태에 정통한 시각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 여성운동단체들과 연계해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서의 여성영화 제작을 촉진시킬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여성영화제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인력과 조직에 있다. 영화제의 안정적인 진행이나 체계적인 준비, 운영을 위해 일정 기간 상근할 수 있는 전문 프로그래머를 두는 등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번 영화제 인력은 전북여협 사무국장 김경진과 간사 박혜정 정소영 그리고 3명 단기 스텝, 6명의 자원봉사자가 전부였다. 물론 도내 여성관련 학자 실무자로 구성된 실행위원과 여협이사들이 또다른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영화의 질과 직접 연관이 있는 기술적인 면을 담당할 전문 스텝이 없어서 올해도 이 부문을 오창환 전주국제영화제 기술자막팀장과 김정석 전주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에 기댔다.

 

여성영화제가 여협의 한 행사로서의 부속 개념이 아닌 독립된 개념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영화제를 위한 운영체계를 갖춰야 한다. 전문성을 갖춘 기획단을 구성해야 한다.

 

영화제를 안정적으로 추진하려면 고정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에도 여성부에서 1천8백만원과 전북도에서 7백만원 그리고 각 기업체에서 협찬을 받아 모두 3천여만원 이내에서 치르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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