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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공예가 유봉희 개인전

"한지의 인간적인 속성을 작업속에서 주목하는 일이 매우 흥미로웠다"고 말하는 섬유공예가 유봉희씨가 자신의 작품 앞에 서있다. ([email protected])

 

섬유공예가 유봉희(47, 예원대 객원교수)의 작품은 관객들에 군림하지 않는다. 화려함으로 유혹하지도 않고 낯설음으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지도 않는다. 일상과 예술을 가르는 경계로부터 갖게 되는 긴장감은 더더구나 없다. 다양한 소재를 동반한, 또한 다양한 형식적 실험이 가져다주는 편안함과 일상적 친근감은 그래서 의외다.

 

11월 29일부터 12월 10일까지 전주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전시회는 4년만에 갖는 세번째 개인전이다. 정통적인 섬유공예의 조형성과 쓰임의 관계를 꾸준히 모색해온 기왕의 작업에 비추어본다면 이번 작업은 새로운 변신이다. 주소재인 섬유의 자리에 닥과 한지가 놓인 것도 그렇고 염색과 타피스트리가 중심을 이루던 기법으로부터 꼴라쥬와 앗상블라주, 부조, 설치 등으로 확대해 얻어낸 조형어법의 세계도 새롭다.

 

그가 펼쳐놓은 이 전시회는 한지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잔치판과도 같다. 닥죽을 쑤어 만든 인물부조, 나뭇잎을 삶아 남은 섬유질의 형체를 엉켜붙이거나 그대로 살려 조합시켜 만든 회화적 작품, 닥펄프에 직접 염료와 천연염색을 곁들인 인물상, 한지캐스팅에 닥피와 신문지면위의 얼굴을 꼴라쥬한 설치작품, 한지 작품의 조형성을 디자인으로 활용해 디지털 기법으로 텍스타일한 생활용품까지 그의 작품은 한지의 근원인 닥으로부터 출발해 그 가능성을 실현하는 현대의 문화상품까지 뻗어있다.

 

“한지는 매우 인간적인 속성을 갖고 있어요. 작은 충격에도 쉽게 구겨지고, 찢어지고 상처 받지만 그 과정은 인간이 성장해가는 과정과 매우 흡사합니다. 두드릴수록 단단해지고 여러장을 겹칠수록 질겨지며 단련을 거쳐 성숙되는 그 속성을 내 작업속에서 주목하는 일은 매우 흥미로웠어요.”

 

작가는 한지의 속성을 우리의 일상으로 되돌려 놓고 싶었다고 했다. 조형적 작품이든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발견해 쓰임새를 한껏 살려 개발한 작품이든 작가의 의도가 생활과 한지의 만남에 닿아있는 이유다.

 

전주의 옛지도를 디지털 사진으로 재현하거나 한지의 조형성을 살려 개발해낸 생활용품들은 철저하게 쓰임새와 널리 보급될 수 있는 산업적 전략을 발휘한 것들이어서 눈길을 끌지만 정작 그는 이 작업을 철저하게 ‘제안’으로만 경계 지어 상품으로서의 생산은 더이상 자신의 몫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의 작업 중심이 한지의 속성을 예술적 조형성으로 되살려낸 부조나 설치작업에 놓여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문지면을 장식했던 인물들이 등장해있는 설치작업이나 뻥튀기를 연상하게 하는 종이부조의 인물상은 인상깊다. 만화속 캐릭터 같은 인물상은 작가가 “누구나 얕잡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를 바라며 만든 것들이다. 모처럼 즐거운 전시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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