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축제들의 파워에 밀려 12월로 옮겨 치러진 올해 전라예술제는 일부 협회의 돋보인 무대에도 불구하고, 연례행사의 형식적 틀을 벗어나지 못한 일부 협회들의 기획력 부재로 아쉬움을 남겼다. ‘의지는 돋보였지만 관행을 극복하는데는 실패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
올해로 42회를 맞은 전라예술제는 전북예총(회장 김남곤)이 주최하고 10개 협회가 주관해 지난 10일부터 28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공연(10일∼15일)과 전시(22일∼28일) 분야가 각각 시기를 달리해 진행된 이번 예술제는 회원위주의 행사에서 탈피해 시민들과 함께 하는 행사로 기획되면서 내실을 다지려는 일부 협회들의 행사가 돋보였다.
예년과 같은 행사였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낸 문인협회의 시낭송대회와 이 지역을 소재로 한 노래로 활약하고 있는 트롯가수들을 초청한 연예인협회의 전라예술가요제, 장애우를 관객으로 초청한 영화인협회의 우수영화상영 등의 호응은 올해 특별했다. 특히 음악협회는 다양한 출연진과 성의 있는 무대매너로 주목을 끌었으며 공연이 끝난뒤 교통이 불편한 소리전당의 여건을 감안해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등 관객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예술인들의 예술적 고뇌와 치열함이 묻어나기보다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관행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의무방어식 무대 만들기에 급급했던 협회들의 관행은 여전히 노출됐다. 대부분의 공연장 객석은 비교적 성황을 이룬편이었지만 회원과 출연진의 가족 참여에 그친 일부협회의 소극적 홍보는 아쉬웠다. 모든 행사가 단 1회에 한정된 것도 전라예술제의 한계. 때문에 전라예술제가 치열한 창작 과정을 담아낸 완성된 무대로보다는 연례행사쯤으로 인식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더해졌다.
객석의 호응이 더해지지 않은 무대도 적지 않았다.
연극협회의 ‘오이디푸스와의 여행’은 일반관객이 채 30여명도 안 돼 집행부를 허탈하게 했고 영화인협회의 ‘전북디지털영화 작품공모’ 참가자도 20여명에 그쳤다. 게다가 참가자에 대한 예우가 지나쳐 모두에게 상을 수여하는 것도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무용협회가 선보인 ‘전통무용의 대향연’은 전주지부를 비롯해 군산·익산·정읍지부 회원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고른 참여의 의지가 돋보였지만 정작 전주지부 대표로 출연한 금파무용단이 팜플렛를 별도로 제작하면서 전라예술제 공연이 아닌, 금파무용단의 정기공연으로 기획, 다른협회의 불만을 샀다. 당초 화합과 친목을 내세웠던 무대였지만 오히려 갈등과 비난을 심화시킨 결과여서 신뢰를 회복하는 집행부의 특별한 노력이 요구됐다.
미술·사진·건축·문인협회 등 네 개 협회가 참여한 전시도 예년과 비교해 질적 수준은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홍보부족과 전시안내자 교육 부족 등으로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계획보다 축소된 행사나 각 협회가 정한 테마에 맞지 않는 작품들도 전시돼 아쉬움을 남겼다. 작품 전시와 함께 올해 처음 개최한 건축협회의 ‘전북건축문화 포럼’은 전북건축의 현황과 지향점을 찾으려는 의미있는 시도였다.
올해도 예술제를 치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 창작의욕과 예술제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집행부의 불만은 계속됐다. 그러나 각 협회에게 일정금액을 배분해 행사를 치르는 관례와 그로 인한 효율적이지 못한 운영방식에 대한 자성도 일었다.
문화계에서는 전라예술제에 대한 지원 확대도 중요하지만 예술제의 전통과 의의를 찾기 위해서는 각 협회의 내실을 다지고 변화를 추구하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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