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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공간]미술가들의 공간

 

글쓰는 이들의 공간

 

예술을 하면 배 곯는 것이 당연하던 시절, 작가들은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어 했지만, 대부분 경제적 이유로 개인 작업실을 갖기 어려웠다. 학교 뒷 뜰, 다락방 일지라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공간에서 작가들은 가장 예민한 감성으로 그 곳에 파묻힌다.

 

미술평론가 구혜경씨 말처럼 작가들에게 작업실은 '자기 울타리'. 부안에서 작업하는 도자공예가 이종창씨는 작업실을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게하는 땅'이라고 표현한다.

 

'더 낮게 더 높게'

 

비교적 경제적 부담이 적은 지하실과 건물 옥상의 가건물은 작가들의 대표적인 작업실이다. 한국화가 이철규·김봉선씨는 아파트 지하에 작업실을 가지고 있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이 재밌다는 서양화가 김영란씨는 중화산동 건물 옥상에 작업실을 꾸렸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 지하 작업실의 작가들은 때로는 눅눅한 습기와 칙칙한 공기로부터 지하 탈출을 꿈꾸기도 한다. 색의 왜곡현상을 가져오는 어두운 채광이나 인공 조명을 피해 가장 정확한 색을 볼 수 있는 자연광을 찾아 지상으로 나온다.

 

'도심과 자연'

 

작가들은 자신이 다루려는 것들과 가까워질 때 그 대상과 합일되고, 표현도 정확해진다. 현대적 감각을 추구하는 작가들은 주로 도심에서 작업하고 원초적인 자연에서 심상과 모티브를 얻는 작가들은 도시로부터 멀어지고 싶어한다.

 

미국 유학을 막 마치고 돌아온 서양화가 오미아씨는 전주 시내 에프샵 맞은편 옥상 가건물에 둥지를 틀었고, 한국화를 전공한 임대준씨는 중앙동 웨딩거리에 입구가 굉장히 좁은 작업실을 가지고 있다. 망망대해 작은 섬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한 가운데 자신만의 조용한 공간을 갖고 있는 이들이다.

 

전공따라 작업실 선택도 다르다. 부피가 커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조각가들이나 전통가마에서 도자기를 구워내는 공예가들은 넓은 공간을 찾아 시외로 나간다. 작업실 주변은 그들이 내놓은 작품들로 그 자체가 자연과 어우러진 하나의 전시장이 된다.

 

'작업실 동거'와 '독특한 공간'

 

개성 강하고 감성이 예민한 작가들은 개인 공간을 원하지만, 경제적 이유나 합동작업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작업실 동거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보통 서로의 작업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곧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때 고보연 서희화 신명식씨는 시골 돼지 축사를 개조해 작업실로 함께 이용했던 적도 있다.

 

돼지 축사처럼 농협 창고나 마을회관 등 독특한 공간을 작업실로 이용하는 작가들도 많다.

 

미술을 전공한 전주대 영어 강사 존. 톨만씨는 진북동 누에 저장 창고에 작업실을 차렸다. 최성태·김중수씨는 집과 작업실을 오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집 2층을 개인 작업실로 쓰고 있다. 학교에 재직중인 교수나 교사들은 작업실 대신 학생들의 실습장 한 켠을 이용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하교한 뒤나 방학을 이용, 집중적으로 작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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