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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8년 임기 마치고 이임하는 전북예총 김남곤 회장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전북연합회. 62년 창립돼 올해로 42년. 현대사의 부침이 그러한 것 처럼 전북예총의 탯줄 놓인 자리로부터 오늘에 이르는 노정의 질곡 또한 깊다. 1900년대와 2000년대가 교차하는 시점, 노정 변화의 파고는 더욱 높았다. 사회 각 분야마다 불어닥친 변혁의 바람은 예술단체라해서 예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부독재시절, 맞춤식으로 탄생한 예총의 출생 연원이 지워준 '보수와 기득권' 멍에의 벽은 견고했다.

 

"새로운 감각에 의한 새로운 돌파력이 발휘되어야만 새로운 시대에 부응할 수 있다"는 화두를 내세워 조용히, 그러나 열정적으로 예총 변혁을 주도했던 김남곤 예총 회장(67). 29일 이임하는 김회장에게 변혁의 깃발은 줄곧 시대적 명제였으나 결국 견고한 벽 앞에 스스로 물러서야 했던 안타까움은 끝내 버릴 수 없는 큰 짐이 된 듯 했다.

 

"시원하다고 하면 안되겠죠? 정작 떠날 때가 되니 지나간 일월의 틈새마다 아쉬운 흔적만 있을 뿐 무엇하나 이것이다고 외칠만한 뚜렷한 족적이 보이지 않네요."

 

전북예총의 수장(18·19대)이 된지 8년. '시대의 흐름을 읽을 것, 그리하여 안주하는 현실을 스스로 혁파하는 정신을 가질 것'을 예술인들에게 줄곧 요청했던 김회장은 이임을 하루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도 '긴 역사와 전통에 걸맞지 않게 낡은 옷을 걸치고 온상속에서 시든 꽃을 가꾸고 있다는 불명예의 꼬리표를 떼지 못한 예총의 자기 혁신'을 강조했다.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유임을 위한 재추대 요청이 끈질기게 이어졌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말레시아 마하티르 총리는 '음식은 맛있을때 숟가락을 놓아야 한다'는 자신의 어머니 말을 새겨 언제든지 깨끗하고 완벽하게 떠날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그이의 사상을 총체적으로 본받을 수는 없어도 제가 서있는 이 자리와 이 순간의 결심이 맛있는 음식의 숟가락질이라는 사실은 잘 압니다. 8년전만해도 최신형 동력장치라고 자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가동률이 떨어질대로 떨어져 급변하고 있는 이 시대의 현실적 사고에 대응할만한 능력이 쇠진해버렸지요.

 

-회장님의 불출마 선언으로 일찌감치부터 회장 선거전은 치열했습니다. 전에 없이 금품이니 공탁금이니 회원자격 등 선거판 앞뒤가 매우 소란스럽습니다.

 

예총은 순수예술단체입니다. 맑지 못한 이야기들이 떠돌아 마음 편치 않습니다. 이 모든 문제들이 예총이 발전하는 과정에서의 진통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정신이 요구되는 예술인 단체에 부정과 담합의 행태가 끼어든다면 엄정하게 축출해야 합니다. 예술인들의 양식을 믿고 싶습니다.

 

-짧지 않은 동안 예총의 변혁을 위해 정신적 물리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셨지요.

 

예총을 '보수적 집단'으로 규정해버리는 외부의 시각을 바꾸기가 늘 버거웠습니다. 진보적 성향과 혁신적 사고가 결여된 집단이라는 굴레를 벗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의지만큼 크게 혁파하지 못했습니다.

 

-찾아가는 예술단 등 직접 참신한 아이템을 개발해 얻은 성과도 적지 않지요.

 

전주중심의 예술제 물꼬를 각 시군으로 돌려보기도 하고 연중 지속되는 예술제도 시도했습니다. 8년전 5천만원이었던 전라예술제 예산이 오늘에 이르러 1억 5천만원으로 증액된 것은 제 공이라기 보다는 시대적 흐름의 덕분입니다. 다만 하림 김홍국회장의 지원으로 제정한 전북예술상과 1900년대 전북예총의 발자취를 집대성한 전북예총사 제작은 개인적으로도 큰 보람입니다.

 

-자료수집에 어려움이 많았던 '전북예술사'는 김회장께서 거의 전적으로 매달려 완성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기록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65년부터 문화부 기자로 활동했던 개인사가 큰 자산이 되었지요. 2년동안 고군분투한 결실이어서 전북예총사의 기념비적 사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변혁의 시대, 전북예총의 미래는 어떻게 열어가야 할까요.

 

우리는 이 시대를 호흡하면서 전북예총이라는 같은 배를 타고 있는 공동운명체입니다. 스스로의 예지와 의지의 결행에 따라 살아날수도, 시들어버릴수도 있습니다. 손잡고 가지 않으면 연대감이 없어지고, 이마 맞대고 가지 않으면 대열이 흐트러집니다. 발맞춰가지 않으면 지향점이 보이지 않지요. 서로 고뇌하지 않으면 치솟아야 할 예술의 땅은 흙먼지만 날릴 것입니다. 후배들에게 꼭 주고 싶은 말입니다.

 

8년동안 지쳤다가도 다시 일어서 변혁을 실행해온 그가 몸소 체득한 확신. 언제나 그랬듯이 부드럽지만 단단한 어조에 더욱 힘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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