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스물을 갓 넘긴 계모가, 키우던 9살의 딸을 때려서 숨지게 하고 6살 동생은 혼수상태에 빠지게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동폭력에 대한 기사를 접할 때 마다 가슴이 아파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어디서부터 잘 못되었는지,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되는 건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폭력들이 아이를 상대로 자꾸 일어나는 건지 답답한 가슴만 쓸어내릴 뿐이다.
사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는 아동관련 법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라거나 사회의 관심이 없어서라고 돌리기 일쑤다. 그런데 정말 이런 제도들이 다 있다면 약한 사람을 상대로 일어나는 폭력이 사라질까?
우리는 자라면서 국가나 사회나 어른들이 우리를 진정으로 감싸주고 보살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별로 없다. 그저 부모가 힘이 없으니 나도 힘이 없는 게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다. 내가 사회에서 어떤 배려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할 수도 없었다. 동사무소에 가서도 눈치가 보였고, 뭔가 문제가 있어 큰 관공서라도 가게 되면 말 한마디 붙이기 어려웠다. 서민들은 모두 관청에 대한 크고 작은 소심증을 지니고 있다.
학생시절 돈 있는 아이들은 선생님하고도 친하지만 수업료마저 제때에 내기 어려운 아이들은 선생님이 혹시 이름이라도 부를까 노심초사 하는 일이 흔했다. 하다못해 통장 반장도 의례 목에 힘주며 말하고 다녔다. 늘 큰 사람이 작은 사람을 위축되게 하였고,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을 무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강한 것에 아부하고 작은 것을 짓누르는 방법만 학습했을 뿐 어리고 작은 것이 우리에게 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약한 사람을 애정으로 배려하지 않는 사회. 그런 사회는 강한 사람도 배려하지 않는 사회다. 게다가 어디에 도와달라고 할 데도 없고 그럴 방법도 모르는 아이를 때려서 죽음까지 가게 했다는 것은, 약한 사람을 마치 자기 화풀이 상대쯤으로 여기고 짓누르는 문화가 얼마나 무섭게 자리하고 있는 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리고 작고 힘없는 것은 단지 그것 뿐이다.
집안에 아이가 태어나면 집안사람들 모두가 부드러워진다. 아이를 돌볼 수 있을 만큼 부드러워진다. 그 곳에서는 아무도 두려움에 떨지 않는다. 그 것이 아이가 발휘하는 힘이다. 기왓장 10장을 단번에 두 도막내는 것이 힘이 아니라 아무에게도 해가 되지 않도록 모든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는 진정한 힘을 작은 아이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작고 어리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힘이다. 약한 것을 배려하지 않을 때 그 사회는 강한 것이 주는 압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작고 약한 것에 대한 사회의 전면적인 인식 수정과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가해자로서의 피해자와 피해자로서의 이중의 피해를 막을 길은 없을지 모른다.
책상의 키를 아이에게 맞춰 주는 일, 세면대의 높이를 낮추어 주는 일, 문 손잡이를 낮추어 주는 일.
이런 사소한 일들이 우리 몸 속속들이 파고 들어 아이들이 자연스런 애정을 충분히 받고 살게 하는 일은 누구를 위한 일이 아니라 완전히 자신을 위한 일이다. 약한 것만이 강한 것을 부드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선희(환경을 지키는 여성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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