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오롯이 이어지거나 또는 그 흔적만 아스라히 남아있더라도 전통문화예술은 우리 삶의 뿌리다. 전라북도가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맞아 전북 지역 곳곳에 숨겨진 전통문화의 흔적을 추적하는 작업에 나섰다.
전북의 전통문화예술 실태를 파악하고, 문화인프라 구축과 중장기적인 문화정책개발을 위한 ‘전통문화예술의 정리’다. 전통문화예술의 정체성을 단단히 다져나가기 위한 첫걸음, 그 첫번째 결실이 ‘전라북도 마을지킴이·정악’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북 전역을 대상으로 약 8개월 동안 이뤄졌다. 기획을 맡은 사단법인 마당은 “어느 한 지역이나 특정부분에 치우치지 않고 폭넓고 광범위하게 정리된 이 자료집은 전북의 마을지킴이와 정악의 기초자료를 조사하고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마을지킴이에 관한 그동안의 연구들이 신앙의 대상으로만 보는데 집중됐었다면, 이번 조사는 신앙의 의미를 넘어 마을 사람들과 유기적 관계 속에서 마을지킴이의 의미를 찾아가는 인문학적 접근이다. 민속신앙의 대상으로 존재했던 마을지킴이가 한국 전통문화와 민속문화 전승의 원천적 토대가 됐음을 밝혀내고, 마을지킴이와 당산제의 관계에도 주목해 두 대상간의 유기적 연관성을 밝혀내지 못하면 그 존재의의가 제한적인 것에 머물 수 밖에 없음을 지적했다.
당산나무·입석·돌탑·짐대(솟대)·장승·당집·남근석 등으로 마을지킴이의 유형과 역할을 나누고, 관련의례의 유형도 유교식 제사형·무당굿형·풍물굿형으로 분류했다. 모든 조사대상이 사진과 함께 수록돼 현장에서의 마을지킴이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북의 정악은 판소리를 중심으로한 민속악의 부각으로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생몰년대와 예술성 등이 각기 다르게 기록된 단편적인 자료만이 전해져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정리를 통해 민속악과 정악이 상호연관 속에서 발전해 왔고, 정악과 관련된 사료와 인물들이 조사되는 지역이 서부지역에 집중됐으며 평야지역이 대부분인 것으로 밝혀졌다.
구비전승되는 전통음악의 특성을 고려해 지역별 계보는 물론 생존해 있는 관련자들을 직접 만나보는 현장조사를 기초로, 전북 정악문화의 전통과 현황을 살폈다. 여러 갈래로 내려오는 정간보와 오선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도 이번 조사의 성과다.
정악은 우석대 문정일교수와 전주예고 황미연교사가, 마을지킴이는 전주역사박물관 김성식 학예실장과 진안고등학교 이상훈교사가 연구원으로 조사작업을 주도했다.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한 한국전통문화학교 이종철 총장은 발간사를 통해 “전통음악이 고루 발전한 전북은 선조들의 풍류와 삶의 철학이 녹아있는 정악 역시 살아있는 고장이며, 민초들의 정신적 원동력이었던 마을지킴이도 토착 정신문화가 살아있는 전북에서 지켜나가야 할 역사”라고 말했다.
전라북도는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예술의 역사적·문화적·예술적 가치를 알고 재창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역별·대상별 특징과 성격을 규명해 나갈 계획이다. 도 문화관광과 김형용 계장은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전북의 전통문화예술 중 후세에 보존가치가 있는 것을 선택해 정리해 나갈 계획”이라며 “다른 기관에서 발간한 내용과 중복되지 않으면서도, 지역별·전수자별 특색 등 원형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라북도는 올해 그동안 산발적·지역적으로 연구돼 왔던 민요·농악·만가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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