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깃발이 펄럭이던 부안 거리가 영화로 축제의 깃발을 날린다. 끊나지 않은 투쟁. 반핵투쟁을 통해 민중들의 힘을 과시했던 부안 주민들이 영상이미지로 환경-생명-생태, 그리고 자치의 끈을 다시 잇는 자리다.
다음달 12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2004부안영화제(조직위원장 고길섶). 반핵투쟁의 자발적인 ‘주민 주체’와 ‘주민 참여’의 정신이 영화제로 이어진다. 핵폐기장 반대투쟁을 해오면서 성장한 영상과 영화문화, 퍼블릭 액서스들로 성장한 부안 주민들이 영화제를 통해 부안과 부안 밖의 소통을 시도한다.
반핵 촛불집회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은 영상물 보기. 주민들의 투쟁모습을 담은 영상물은 그들로 하여금 관객의 객관적인 시선으로 투쟁을 바라보게 했다. 영상물은 반핵투쟁의 문화적 동력이자 공동체적 감동으로 교감되는 새로운 문화였고, 삶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구였다.
반핵 투쟁을 영상으로 담아온 부안 핵폐기장대책위 소속 반핵영상팀을 주축으로 지난 5월 부안영화제 조직위원회가 꾸려졌다. 올해 처음 열리는 부안영화제는 새만금 반대운동과 핵폐기장 반대운동에서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찾는다. 이미지를 통해 보는 생명문화. 부안영화제는 부안의 환경을 지키는 것은 부안의 삶을 지켜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슈 ‘환경-생태-생명-자치’에 대한 이미지 운동과 지역적 삶의 접근법으로서 영화제를 열고, 지역 영상문화와 교육·영상활동가 등 인프라 구축과 자발적인 주민 참여 문화축제로서 영화제를 기대한다.
‘특별기획영화’ ‘주민제작영화’ ‘국내외영화’ ‘야외영상이벤트’ 네 섹션으로 나뉘는 올해 상영작은 30여편 규모. ‘생태환경’과 ‘사회적 이슈와 운동’이라는 두 개의 테마를 주목, 모든 영화를 무료상영한다.
핵폐기장과 새만금 문제를 다룬 영화를 상영하는 ‘특별기획영화’ 섹션은 부안영화제의 핵심 이미지운동이다. 새만금 문제를 다룬 이강길 감독의 다큐영화 ‘어부로 살고싶다’, 핵폐기장 문제를 다룬 한범승 프로그래머의 다큐멘터리 ‘노란 카메라’와 열린전북참소리와 사진작가 허철희씨의 작품을 통해 부안 주민들의 처절하고 질긴 투쟁의 이유와 과정을 생생하게 전한다.
‘주민제작영화’는 ‘주민 참여’라는 부안영화제의 성격을 대표한다. 영상미디어교육센터가 실시하고 있는 미디어교육을 받은 주민들이 부안의 실질적인 현안을 담아낸다.
‘국내외영화’ 섹션은 생태환경과 장애인, 여성, 비정규직 등 사회적 이슈를 폭넓게 소개한다. ‘야외영상이벤트’는 영화제 관객들을 촬영·즉흥편집해 마지막날과 이후 촛불집회 때 상영하는 ‘꿩먹고 알먹고, 멸종하라!’와 해학적 비판을 그림과 소리로 이미지화한 최병수씨의 ‘부안민중방송국’이 진행된다.
영화제 기금마련을 위한 판매행사와 학생 걸게그림, 반핵·새만금투쟁 사진 전시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리고, 영화제 마지막 날에는 포럼 ‘생명문화를 보다(14일 오후 2시, 장소 미정)’를 마련했다.
고길섶 조직위원장은 “영화·영상문화가 척박한 지역에서 새만금과 핵폐기장 반대운동 과정에서 영상이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며 “환경이라는 큰 틀 안에서 새만금과 핵폐기장을 다시한번 이슈화시키는 효과도 있겠지만, 찬반을 떠나 그동안 활동 모습을 통해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길을 찾아보는 성찰의 의미도 담겨있다”고 말했다. 고위원장은 “영화와 부대행사를 통해 그동안 투쟁에 지친 주민들을 위로하고 함께 즐기는 주민들의 축제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영화관 하나 없는 지역 여건에서 첫 영화제를 준비하는 조직위는 많은 고민과 부담을 안고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상영장 확보와 열악한 재정. 부안군이 조직위의 부안예술회관 사용을 불허하면서 아직 상영장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며, 영화제의 1천5백여만원 예산 역시 후원비로만 충당할 예정이어서 우려의 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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