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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백학기 시인의 '첫사랑'

 

제방을 따라 올라가면 어린 물고기들이 투명한 물살을 거슬러 오르고 있다.

 

그리운 유곽을 찾아 헤매던 제방 길 위에 쓸쓸한 햇빛 떨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현기증 같은 세월이건만 첫사랑은 슬그머니 혀를 내미는 유혹처럼

 

멀리 미루나무들이 길가에 서 있는 길

 

첫사랑이 맴돌고 있는 그 자리, 고추잠자리 한 마리 날고 있다.

 

가장 넓은 등의 깊은 하늘 한 자락을 걷어올리고 있다.

 

가슴 속 하늘과 가슴 밖 하늘이 물감을 풀어헤치듯 엉키던 그 세월 속으로

 

유혹의 그림자가 호수면 위로 떠오르듯 언뜻 비친다. 낮별이 운다.

 

열 아홉 순정이어도 좋고 아니래도 좋은

 

/백학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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