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백산 출신의 학자이자 서예가, 문인화가였던 석정 이정직(1841∼1910). 송재 송일중으로부터 비롯된 전북 서단의 맥은 석정에 이르러 비로소 커다란 맥을 형성하며 절정에 이르렀다.
20일 오후 1시 김제시문화예술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석정 이정직의 학문과 예술’을 조명하는 학술대회. 사단법인 한국서예문화연구회(이사장 이은혁)가 주관한 이번 학술대회는 석정을 철학과 문학, 예술 부문으로 나누어 집중 연구한 시도로 관심을 모았다.
최영성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는 ‘석정 이정직의 학문정신과 경세사상’에서 “석정의 학문은 고학(古學)이라 일컬어도 좋을만큼 존고정신(尊古精神)으로 일관되어 있다”며 “그러나 ‘고’가 단순히 과거의 전통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 옛 것에 의탁해 지금의 잘못을 비판하기 위한 이상의 제시”라고 밝혔다. 그는 “존고정신은 학문 뿐만 아니라 문학, 역사, 사상, 예술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그의 정통주의적 학문관 내지 역사관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철학 분과에서는 ‘석정 이정직이 서양철학을 최초로 도입하고 요약한 인물’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석정 이정직의 문유(文遊)와 시 특성 고찰’을 발표한 이월영 전북대 교수는 “석정은 시서화삼절(詩書畵三絶)이라 불리는 만큼, 시에서는 그림의 경지를 그림에서는 시취(詩趣)를 추구한 것 같다”며 “회화성이 두드러지고 심미적인 이미지를 남겨 그림의 경지와 시의 경지를 동일시했다”고 말했다.
구사회 선문대 교수 역시 “석정은 호남이라는 지방예단에서 주로 서적과 독학으로 시서화삼절론을 체계화시켰다”며 “역사적으로 호남에서 활동했던 예술가로서는 창작과 이론에서 시서화삼절론을 갖춘 유일한 인물이었다”고 주장했다.
진준현 서울대 교수는 석정의 문인화를 “오원 장승업, 소치 허련, 몽인 정학교 등의 작품을 참조해 문인화의 오랜 전통을 체득한 후, 독창적인 화풍을 확립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동학농민운동 때 석정의 저서가 불타버려 자료가 희귀한 데다 한국 서단에 남긴 업적에 비해 학계의 연구가 부족했던 실정에서 더욱 의미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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