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지상' 펴낸 박남원시인
“무일푼으로 남원에 내려와 몇 년을 살았죠. 삶이 코 앞에 닥치다 보니 시가 조금 멀어진 듯도 하지만, 그래도 시집 한 권은 낼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귀착지와 이름이 같다는 것. 「캄캄한 지상」(문학과경계사)을 펴낸 박남원 시인(45)의 고향은 남원이었다. “즐거운 일보다 서운하고 답답하고 고통스런 일들이 많았던 시기”에 내려 온 곳 역시 남원이었다.
“밥이 되지 못하는 시에게 한없이 절망했었지만, 끝내 시를 버릴 수는 없었어요. 바늘구멍 하나 들어가지 않을 만큼 꽉 짜여진 세상에 시라도 없으면 얼마나 삭막할까란 생각때문이었죠.”
물질문명에 중독돼 있는 ‘이 즉흥의 시대’, 그는 천민자본주의를 비판한다. 세상에 대한 울분을 시로 표출하고 또다시 시로 위로하고 있었다. 타락한 세상에서 가치를 잃어버린 시인의 음성은 음울하게 다가오지만, 메마른 가슴을 적셔주고 뼈아픈 고통을 달래주며 다시금 희망을 찾고 있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대안을 시와 시세계에서 찾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시집에서는 비교적 많은 작품들이 시와 시인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시인의 자리가 진실로 / 종교만큼이나 깊고 가슴 아픈 자리라는 것을, / 알아야 하는 것이다.’ (‘행복한 시인을 위하여’ 중)
그는 즉흥의 시대에 시를 사랑하는 것은 고단하고 단순한 일이지만, 결국 시인은 시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숭실대 독문과를 졸업했으며, 1989년 「노동해방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막차를 기다리며」 「그래도 못 다한 내 사랑의 말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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