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마다 소설이나 드라마를 통해 등장하는 역사인물. 최근 명성왕후, 이순신 등에 이어 화제를 몰고 있는 인물 중 하나가 황진이다. 얼마 전, 북한 장편소설 「황진이」가 남한 영화 제작진에 의해 스크린으로 옮겨진다는 소식이 더해지면서 황진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선 중종 때 개성의 기생이었던 황진이. 너무도 잘 알려진 인물이지만, 정확한 생몰연대조차 알 길 없는 그에 대한 평가가 최근들어 새삼스러울 정도로 다양하게 해석되어지고 있다. 때론 유교적 가부장제와 신분제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지칭되기도 하고, 여성성의 신비화를 통해 계급 현실의 모순과 갈등을 은폐하기 위한 상징적 인물로 거론되기도 한다. ‘서경덕’, ‘박연폭포’와 더불어 지금의 개성인 송도 삼절 정도로 기억되기에는 황진이에 얽힌 사연은 너무도 많고, 그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은 흥미롭기까지 한다.
△황진이(전경린 지음 /이룸)
조선의 시인이자 명기 ‘황진이’의 일대기를 다룬 장편소설. 숨 막히도록 유교적인 사회 인습을 뛰어넘어 본질적인 자유혼의 삶을 살다간 황진이의 생애를 그린 작품이다. 여성 존재의 심연을 깊이있게 다뤄 온 저자는 남성들에 대적할 만한 황진이의 담대한 인격과 신비로운 운명, 미적 권력을 매혹적으로 묘사했다. 역사적인 인물인 화담 서경덕과의 교류 등 사랑과 실제적 삶의 실현과정이 생생하게 재현돼 있다.
제안 황씨의 진사로 알려진 황진이의 부친. 그러나 모친은 어염집 맹인이라는 설과 기생이라는 설로 엇갈려왔다. 저자는 ‘진현학금’이라는 맹인 기생을 모친으로 설정해 부친인 황 진사와 기생 진현학금의 이루지 못한 애절한 사랑의 흔적을 태생적으로 남겨놓음으로써 황진이의 삶에 복선을 심었다.
△황진이(홍석중 지음/ 대훈서적)
대하소설 「임꺽정」으로 유명한 월북작가 벽초 홍명희의 손자이자 국어학자 홍기문의 아들인 북한 중진작가 홍석중이 쓴 장편소설. 2002년 평양 문학예술출판사에서 간행돼 북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 작품은 북한소설로는 최초로 국내에서 제정한 ‘만해문학상’(2004년)을 수상하고, 남쪽에서도 출판돼 화제를 모았다. 홍석중의 「황진이」는, ‘황진이’ 하면 통상 연상되는 서경덕과 황진이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 아니다. 화담 서경덕과의 만남은 자그마한 에피소드로 처리되어 있을 뿐이다. 신분제도의 모순으로 인해 주변인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가공인물 화적(火賊) ‘놈이’와 황진이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그려내며, 양반 사대부의 허위의식을 꼬집고 있다.
△나, 황진이(김탁환 지음/ 푸른역사)
황진이를 통해 16세기 지식인들의 사상적, 미학적 성취와 고뇌를 탐구한 역사 소설. 쟁점이 많은 조선 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조선 중기에 대한 집요한 탐구의 산물이기도 하다. 자신의 한계를 딛고 일어서는 한 인간으로서의 황진이의 눈물겨운 투쟁과 무거운 성찰에 초점을 맞췄다. 중인계층의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기생 수업을 받으며 느껴야 했던 인간적인 한계와 상처. 작품은 황진이의 내면을 따라 고스란히 그 시절을 복원했다. 불교와 도교까지 포용하는 조선 중기 회통(會通)적 사상계의 주역인 화담에 주목했고, 황진이의 입을 빌어 황진이 개인의 전설적인 삶뿐만 아니라 그 삶을 낳았던 화담, 그리고 송도를 둘러싼 조선 중기의 문화지형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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