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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단 사포 20주년 기념신작 '그대여 돌아오라'

세월은 그냥 흐르는 것이 아니다.

 

단 한 순간도 쉽게 지나치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온 현대무용단 사포(대표 신용숙)의 성장은 20주년 무대에서 그 빛을 발했다.

 

동학의 영령을 부르는 초혼굿, 사포의 20주년 기념신작 ‘그대여 돌아오라’(안무 김화숙, 대본 한혜리)가 12일 오후 5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 올려졌다. 현대무용의 힘을 보여주는 단원들의 강렬한 몸짓, 사포와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조명과 소품, 의상 등 무대 위에서 빠뜨릴 수 없는 요소들이 하나로 어우러진 공연은 전북 무용의 역사였다.

 

전봉준의 정신세계에 초점을 맞춰 각 장을 이미지화한 작품은 무용수들의 발에 짓밟히는 국화로, 농민의 함성과 같은 북으로, 지식인의 정신적 상징인 대나무로, 삶의 무게인 보따리로, 당시 백성들이 처한 현실을 소품으로 나타냈다.

 

신용숙 대표와 단원 이흥민씨가 묻고 답하듯 춤을 춘 ‘비로소 그대 생각’은 ‘그대여 돌아오라’의 의미있는 절정. 두 무용수가 춤을 추는 공간을 분리하고, 하체는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상체의 동작을 강조하고 네모난 조명 밖으로 벗어날 듯 벗어나지 못하는 두명 무용수들의 몸짓은 어머니와 전봉준의 닿을 수 없는 거리였고, 강인함으로 가리워진 전봉준의 갈등이기도 했다.

 

가야금으로 연주한 동요 ‘따오기’가 흐르고 강강술래를 도는 듯 여자 무용수들이 나섰다. 붉은 드레스의 치마 폭을 이용한 ‘해 돋는 나라’는 아름다움으로 줄곧 힘있는 무대를 펼쳐왔던 사포의 새로움이었다. 서정성이 주는 감동은 컸지만, 에필로그까지 이어지는 장면이 다소 긴 편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사포의 김화숙 예술감독은 “때로는 인간의 움직임이 그 어떤 말이나 글보다 정직하고 솔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며 “열악한 환경에서 20년을 버텨올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준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대여 돌아오라’는 끝이 났지만, 또다시 20년을 기다리는 사포와의 약속은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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