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아주 특별한 저녁 밥상」펴낸 윤순례씨
“이상해. 똑같은 흙에, 똑같은 햇볕에, 똑같은 물을 주는데 왜 한놈만 열매를 맺지 않는 거지.”
“토마토가 열리지 않으면 갖다 버리면 될 것 아냐.”
불임의 시대. 열매를 맺지 못하는 방울토마토는 시들어버린 삶이다.
초등학교 시절 일찌감치 부안을 떠나왔지만, 여전히 고향마을로 간직하고 있다는 소설가 윤순례(38). 2003년 한국문예진흥원 소설 부문 신진예술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그는 올해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면서 그 이름을 또렷하게 알렸다. 수상작 「아주 특별한 저녁 밥상」(민음사)은 불모의 땅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생명에 대한 숭배이자 미래의 희망에 대한 희구다.
3막으로 나뉘어진 소설은 1막에서는 “아이를 하나 얻고 싶었다”는 아내를, 2막에서는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으나 신경 쇠약과 생식 능력 부재를 안고 살아가는 남편을, 3막에서는 타고난 신체적 결함 따위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여기고 살아가는 꼽추 처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아내는 생식 능력이 없는 남편을 두고 몇 해전 어느 섬에서 만난 남자를 찾아 떠나고, 혼자 남겨진 남편의 집에 꼽추 처녀는 가정부로 들어가게 된다.
“집 앞 화단에 토마토나 채소들이 많이 심어놨어요. 어느날 화단에 내려갔는데 나무 밑에 들고양이가 꼬물꼬물거리는 새끼들을 품에 안고 쉬고 있더군요. 평소 도둑고양이를 보면 제가 먼저 피했는데, 그날은 자기 새끼들을 해칠까봐서 인지 도둑고양이가 먼저 자리를 피했어요.”
아무 것도 싹 틔우지 못한 그들의 집에서 처음으로 생명을 잉태한 총총. 집 앞 화단에서 본 듯한 풍경은 소설 속에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방울토마토’와 ‘페르시안 고양이 총총’으로 상징화됐다.
“처음부터 불임을 이야기하고 싶은 아니었다”는 그는 독자의 상상력에 끝머리를 맡겨놓았다. 남자를 찾지 못한 채 어디로 가야될지 모르는 여자와 아내를 찾으러 갈까 말까 고민하는 남편. 드라마가 아닌 이상 결말은 굳이 작가가 말해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랜 시절부터 문학은 아버지의 불안한 등 너머로 보았던 안개 같은 것이었어요. 아늑하고 신비롭고 매혹적이지만 실체가 잡히지 않아 한없이 안달하게 만드는 것이었죠.”
“소설을 잡고 있는 동안 내게서 나오는 소설들이 누군가의 가슴에 온기를 전하는 것이길 바란다”는 그는 이야기가 가진 근원적인 힘을 믿는다. ‘고전적인 스타일의 이야기꾼’이라는 평을 받는 것도 몇 년 사이 등단길에 오른 여느 작가들처럼 새로움과 파격만을 앞세우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등단 10년. 아직 창작집을 내지 못했다는 그는 등단 이후 발표한 단편 10편을 묶어 곧 창작집을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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