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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가볼만한 곳] 장수사과시험포를 찾아

내가 심은 사과나무 얼마나 컸을까 어느새 주렁주렁 예쁘기도 하지요

장수사과시험포장을 찾은 큰딸 윤영이와 둘째딸 희윤이가 풋사과를 가슴에 안고 즐거워하고 있다(위). 원두막 옆 토끼장속 토끼와 닭에게 먹이를 주고있는 아이들. ([email protected])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 찾아온 일요일. 모처럼 시간이 생겨 집에 있으려니 가족들 눈치가 보였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던 터라 드라이브 삼아 주말 나들이 할 곳이 없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곳, 장수사과시험포였다.

 

장수군 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는 사과시험포는 매년 1월 사과나무를 선착순으로 분양해 수확때까지 관리해줄 뿐 아니라 개화기때 꽃 따주기와 5월 중순께 접과(열매솎기), 9∼10월중 수확체험 등을 통해 가족과 함께 농촌체험도 할 수 있다. 올해에는 펜션도 개관했다니 인근 방화동 계곡이나 천천면 와룡리 휴양림과 연계한 1박2일의 주말 나들이도 괜찮은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난 5월 사과꽃 향기가 그윽할 때 한번 들렀는데, 갑작스런 비로 사과꽃 향기에 흠뻑 취하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이 사과나무에 달린 이름표를 보고 즐거워하던 모습이 떠올라 아내에게 제안했더니 흔쾌히 응했다.

 

피서객이 북적이는 휴가철 유원지보다 ‘우리들만의 공간’에서 휴일의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나만의 생각일까’ 하는 망설임도 있었지만, 들떠서 채비하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망설임은 이미 기우에 불과했다.

 

때마침 두살배기 조카를 데리고 놀러온 막내동생 가족과 서울서 내려온 형님네 조카 두명에 부모님까지 동행하니 적지 않은 가족 나들이가 됐다.

 

부랴부랴 김밥 및 음료수 등 먹거리를 준비한뒤 전주에서 1시간여를 달려 사과시험포에 도착한 우리 일행의 입에서는 연신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입구에서부터 양쪽으로 늘어서 우리 일행을 맞아준 사과나무들의 가지엔 어느새 주먹만한 풋사과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기암절벽이나 폭포수를 자랑하는 유명 관광지도, 가슴이 탁 트이는 해변도 아니었지만, 무거워 보일 정도로 주렁주렁 달려있는 사과들을 부여잡고 우리 일행을 맞아주는 사과나무들의 의연한 모습은 여느 관광지 못지 않은 장관을 이뤘다.

 

두달여전 보았던 사과꽃 위치에 자리잡은 사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찌든 일상에서 벗어난 여유와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장수읍 개정리 해발 450m의 고랭지에 위치한 사과시험포에서 우리 가족의 휴일 나들이는 이렇게 시작됐다.

 

우리 일행은 먼저 요기를 채운뒤 아이들의 이름표가 달린 사과나무를 찾아가기로 하고 주차장 인근에 조성해 놓은 원두막 같은 곳에서 가져온 먹거리로 풀었다. 마침 원두막 옆에 있는 토끼장속의 토끼와 닭이 점심시간 내내 아이들의 친구가 돼 주었다. 주변에서 뜯어준 풀을 덮썩 받아먹는 토끼에 대한 얘기는 집에 돌아와 잠들기 전에 한번 더 들어야 할 정도였다.

 

식사후 아이들의 이름표를 붙여둔 사과나무를 찾아갈 땐 이제 막 한글을 깨치기 시작한 큰 애(윤영)가 지난 5월에 한번 와봤다고 의기양양하게 앞장섰지만 결국은 아빠 뒤로 슬쩍 물러서는 모습에 나오는 웃음을 참고 ‘조윤영’이란 이름표를 찾아줬다. 그 옆의 나무에는 둘째 ‘조희윤’이란 이름표가 풋사과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과나무에 대해 큰 애와 얘기를 주고 받은뒤 기념촬영을 하려는데, 사과를 만지작 거리던 둘째가 어느새 수확(?)한 사과 4개를 가슴에 안고 하나씩 떨어트리고 줍고 하는 모습이 또 다른 볼거리였다.

 

아이들 재롱과 사과밭의 포근함에 오랜만에 여유를 만끽하다 보니 어느덧 돌아갈 시간이 됐지만, 더 놀다 가자고 매달리는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돌아오는 길에 인근에 있는 논개사당에 들렀다.

 

충혼탑으로 이어지는 산책길이 아이들에겐 다소 한적해 보였지만 이름 모를 들꽃을 한움큼 움켜쥐고 뛰어다니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피서객들이 해변이나 계곡으로 몰렸는지, 이 곳 역시 우리 가족들에게 충분한 공간을 제공해준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곤히 잠든 아이들의 손이 지금은 빈손이지만, 9월 사과수확 체험때는 빨간 사과가 한아름 안겨 있을 생각을 하니 절로 나오는 웃음과 함께 내 마음도 넉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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