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밖 사람들 - 소리축제 자원봉사자
“내 나이가 가장 많을 줄 알았는 데 둘째도 아니고 세번째나 돼 놀랐어요.”
전직 교사(역사) 출신으로 올 소리축제 자원봉사에 참여한 김형중옹(74, 전주시 효자동).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앞 종합안내센터에서 안내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는 그는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14시간의 강도 높은 ‘노동’을 거뜬히 소화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큰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나선 것이 처음이라는 김옹의 참여 동기는 향토사랑. 그는 전주세계소리축제가 판소리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세계축제로 발전 가능성을 확신한다. 그저 구경꾼에 머물지 않고, ‘인생 막바지’에 지역과 축제를 위해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할 것이란 생각에 용기를 냈다. 자원봉사자의 최대 덕목을 ‘친절’로 여긴 그는 축제 현장에서 친절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일본어 통역 자원봉사에 나선 최고령의 곽두순 할머니(76)와 이만형옹(75)은 ‘본업’인 일본인 통역을 제대로 못하는 것을 아쉬워 하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이 축제 현장을 찾지 않아 28일 현재 단 한 명도 안내를 못했단다.
곽 할머니는 젊었을 때 일본을 상대로 한 무역회사 경력을, 이옹은 일본에서 태어나 20년간 일본에서 생활한 이력을 바탕으로 일본어에 능해 지난해 4회 소리축제때를 빼고(지난해에는 50세 이하만 자원봉사자를 뽑았다) 1회때부터 계속 일본어 자원봉사활동을 벌였다.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 우리 문화를 해외에 알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보람입니까”
곽 할머니와 이옹은 2년전 소리축제때와 월드컵축구 전주경기때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한옥마을 구경도 시켜주고, 전주 인근 관광지를 안내하며 ‘홍보대사’ 역할을 했다는 뿌듯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관광객을 이끌고 온 일본인 여행사 직원(이라이시 미사로씨)이 판소리에 매료돼 매년 소리축제에 참가했으나, 올해는 그의 소식이 없어 무척 궁금해 했다. 두 어른은 우리 소리가 국적을 떠나 통할 수 있음을 미사로씨에게서 알았다고 했다.
소리축제 주 공연장인 모악당 데스크에서 안내를 맡고 있는 사람은 부산경실련 여성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최영애 할머니(64)다. 타지역에서 온 할머니이기에 주 공연장 안내에 서투르지 않을까 걱정을 놓아도 된다.
그는 1회때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소리축제 자봉으로 활동했고, 전주국제영화제와 발효식품엑스포 자봉에도 계속 참여한 자원봉사계 유명 인사다. 대학에서 자원봉사에 대해 강의를 하기도 하고, 자원봉사 등으로 대통령 표창 등 수상경력도 많다.
티켓 좌석 번호가 어떤 것인지, 엘리베이터가 작동이 되는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관람객들의 문의를 그는 막힘없이 척척 답해주었다.
공짜로 볼 수 없느냐, 공연 가격이 너무 비싸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자봉으로서 월권일 수 있는 답까지 한다. 이 정도 공연이면 부산에서는 5만원, 10만원 짜리 이상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것이다. 부산·전주를 오가면서 다양한 자봉 노하우를 갖는 데서 나오는 답들이다.
그는 부산영화제 자봉으로 활동할 때 전주영화제 홍보차 나온 사람들과 만난 것이 전주와 인연이 됐단다. 자봉에 참여하려면 면접과 교육, 발대식 참여를 위해 부산과 전주를 4번 오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지만 그에게는 장애가 아니다.
전주 지리를 잘 모르는 게 약점이어서 그는 틈나는 대로 걸어다니며 지리 알기에도 열심이다. 전주에 있는 동안은 전주사람이 된다는 그는 두 지역의 홍보우먼인 셈이다. 그는 자봉때 만난 학생들을 매년 부산으로 초청해 부산관광을 시키는 등 서로간 만남을 소중히 여긴다.
그는 내달 발효식품엑스포 자봉으로도 참여할 예정이어서 곧 “또 오셨군요”말을 들어야 할 것 같단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