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산골 운동장에
물소리만 나와 놀고 있다
삐걱삐걱 새어나오던
풍금소리는 창틀에 녹슬고
아이들이 닦아 놓은 창엔
거미줄친 하늘이 끼워져 있다.
아이들의 푸르던 지껄임을
낙엽으로 날려보내고
허전한 바람 한 점
빈 그네에 앉아
옛생각에 잠긴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해가
홀로 산골을 서성이고 있다.
- 동시집 <풀꽃 목걸이> 에서 풀꽃>
학생 수가 줄어들어 폐교된 어느 산골 학교의 모습을 그린 동시이다. 첫연 “텅 빈 산골 운동장에/물소리만 나와 놀고 있다”에서 끝연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해가/홀로 산골을 서성이고 있다”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언어 감각과 더불어 은근히 피폐화된 오늘의 농촌현실까지를 아우름으로써, 동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절창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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