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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해외여행] 웃비아의 샛길로 빠지는 배낭여행 - 실크로드를 가다 (36)

'천서북 대초원' 해발 3500m 위 펼쳐진 대초원...그 광활함에 감탄 연발

천서북대초원(위), 초원을 가로지르며. ([email protected])

작년, 운남 여행 중 계획에 없던 루트로 사천성으로 오면서 리탕이라는 동내를 지나다가 "다음 여행지는 이 곳" 이라고 생각한 곳이 바로 천서북 대초원입니다. 그 글을 쓴 이 후 일 년... 천서북초원이 눈앞에 아른거렸습니다. 카라코람 하이웨이도 넘고 싶고, 이란도 가고 싶고... 하여 이번 여행의 루트가 란주에서 서안으로 가지 않고 사천으로 빠지는 일정으로 계획되어진 것입니다. 이 길을 가고 싶은 욕심 때문에 중국 측 실크로드는 거의 건성으로 돌았다고 봐도 됩니다.

 

신장지구에서 만난 사람들은 동서양의 혼혈 같은 위구르인들이었고, 란주에서 린샤를 거쳐 허주오로 가는 동안 더 동양적이긴 하나 왠지 우리와 모습이 다른 회족을 만납니다. 이 사람들 역시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로 머리에는 흰 모자를 쓰고 다녀서 한족과 구분이 됩니다.

 

실크로드를 따라 오면서 사원의 모습이 지역에 따라 서서히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란에서는 둥근 모스크, 파키스탄에선 뾰족한 첨탑, 신장 지역은 이 두 양식이 절충 된 사원... 그리고 린샤와 허주오 에서는 중국의 색채가 완연한 절의 형태, 실크로드의 종착지 서안의 청진사는 완전한 중국 양식의 절의 모습이었습니다. 처음엔 청진사라고 써진 이슬람 사원이 불교의 절인 줄 알았습니다.

 

이 길은 몇 년 전부터 포장 공사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직도 험난하기만 합니다. 완전히 포장공사가 마무리되려면 적어도 2년은 더 걸려야 할 듯. 지금은 곳곳에 포장과 비포장이 교차되어 오히려 비포장 길이 부러워지는 상황입니다. 한쪽을 포장하기 위해 준비를 하느라고 1차선 만 운행되는 곳이 많아 지체되는 곳도 많고, 길이 파헤쳐져 먼지가 엄청나게 날립니다. 비라도 내리면 길이 패이고 미끄러워 통행이 더 힘들어질 겁니다.

 

송판행 버스는 오늘 없습니다. 나가보면 무슨 수가 있겠지요. 이른 아침 배낭을 꾸려 체크아웃을 하는데 로라가 내려왔습니다. “아저씨 떠나요?” “그래. 너도 남은 일정 좋은 여행되길 빈다. 건강하길...” “잠깐만요. 이거 드릴게요. 아저씨도 여행 잘 하세요.” 해바라기씨 반 봉지를 건넸습니다. 어제 트루판에서 산 건포도를 줬더니 그 답례품인가 봅니다.^^ 그래 그래 고맙다. 돌아가면 사진 부쳐 줄께.

 

데니쉬 부부도 송판을 가려고 나왔습니다. "오늘은 버스 없대, 하루 더 묶기 싫으면 나랑 히치하던가 안 되면 차를 빌리자." 순순히 그렇게 하자고 동의를 하더군요. 몇 분간 서성이는데 버스 두 대가 우리 앞에 섰습니다. 앗!... 어제 만났던 우한 대학 학생들이 타고 가는 버스. “야 어디 가냐?” “구채구요.” “빈자리 혹시 없니? 우리도 거기 간다.” 학생들이 나서서 선생님을 소개시켜 주는데 영어가 한마디도 안 통합니다. 우째 이런데냐.... 교수가 영어도 못하고... 간신히 부탁을 했더니 마침 세 자리가 빈다며 120위안씩 내면 태워준답니다. 우씨... 선생이 삥땅을 치는 것도 모자라서 바가지를... 그냥 태워주면 알아서 감사 표시를 할 텐데 대놓고 바가지를 씌우니 조금 거시기 하군요. 그래도 이렇게 차를 쉽게 얻어 타는 행운이 왔다는 자체가 좋~습니다.

 

대충 이 길을 가는 방법을 말씀 드리자면... (단순히 길만 따라 가는 일정)

 

첫날 란주 - 린샤 - 샤허 둘째날 샤허- 허주오- 랑무스 세째날 랑무스- 루얼까이- 송판 ( 버스 연결이 안 되면 이틀이 걸리 수도 있슴) 네째날 송판 - 도강언 - 성도이렇게 줄창 차를 타고 가도 꼬박 4일에서 5일 걸립니다. 교통편은 란주남부 버스터미널 에서 린샤까지는 버스가 자주 있습니다.린샤에서 샤허를 가는 버스는 오전 오후 몇대 있는 것 같구요. 란주에서 샤허 까지 바로 가는 버스는 아침 7시 30분 출발, 일일 1대가 있습니다. 병령사 석굴을 보실 분은 란주남역에서 아침에 유가협으로 출발, 석굴 관람후 린샤에서 하룻밤 묵고 다음날 샤허를 가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샤허에서 랑무스를 직행하는 버스는 없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허쥬오행 버스를 타고 와서, 허쥬오에서 랑무스까지 가는 버스를 갈아타면 됩니다. 허쥬오에서 랑무스 가는 버스는 일 일 1~ 2회 운행되고 갈아 탈 시간이 넉넉할 겁니다.

 

랑무스에서 송판은 격일제로 아침 일찍 운행합니다. 운이 좋으면 다음날 떠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랑무스를 돌아보고 그 다음날 떠나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날 바로 버스가 있다면 오히려 운이 나쁜 거죠. 랑무스를 하루 돌아보지 않으면 틀림없이 후회 할 겁니다. 랑무스에서 송판까지 바로 연결되는 버스가 없다면 루얼까이 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나와서 송판행 차를 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루얼까이 에서 당일 송판까지 버스로는 연결이 안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시고 루얼까이까지 나오시면 히치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겁니다. 하룻밤 루얼까이에서 묵어도 좋습니다. 이 구간만 조금 여유를 가지고 움직이면 송판에서 성도까지는 차가 여러 대 있어 가기 쉽습니다. 성도에서 란주 까지 간다면 역순으로 생각하면 되겠고... 구채구나 황룡을 들르실 분은 송판에서 매일 아침 출발하는 버스가 있습니다. 시간만 잘 지키면 이 두 곳 역시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습니다. 기상 상태에 따라 허쥬오에서 송판까지 구간의 버스 연결이 잘 안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시고 여행 계획을 세우시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만 넉넉하다면 숙박 시설이나 주변 경관이 모두 괜찮아서 린샤, 허주오, 촨쥬스, 루얼까이... 어디서 묵더라도 걱정할 이유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루얼까이에 들어서면 잘 닦인 포장도로를 한 시간 이상 달리게 됩니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이런 길에 들어서서 대초원을 질주하면 정말 환상적이지요. 2~3년 후에는 란주에서 성도까지 좀 더 편한 여행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아침 7시에 랑무스를 출발한 버스는 엄청난 대초원을 지나갑니다. 4시간을 달려 루얼까이에 도착할 때까지 해발 3,500M 고개를 두 번 넘습니다. 이렇게 높은 곳에 평원이 있다는 자체가 믿어지지 않습니다.

 

중국의 학생들은 우리나라 학생들 보다 많이 얌전하더군요. 장거리 여행에 지쳤는지 수학 여행기분을 거의 내지 않아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은 노래를 부르며 흥을 일깨우는 아이가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조용한 편입니다. (아마도 고도 적응이 안 되어 멀미를 하고 있는 중이였나 봅니다) 대신, 이상한 일이 버스 안을 술렁이게 했습니다. 유난히 통로에 사과 상자 같은 것이 많아 조금 이상했었는데 이것들이 가끔 요동을 칩니다. 수학여행 온 아이들이 기념품으로 개를 사가지고 가는 겁니다. 헥헥. (랑무스의 개가 우리나라 진도개처럼 유명한가 봅니다.) 그래도 그렇지 앞으로도 여행이 며칠 더 남았다면서 저 강아지를 우째 건사 할라고... 오줌 싸고 똥 싸고, 버스 안이 완전히 개판이 되었습니다.

 

루얼까이 (장족들은 "조이게" 라고 부르는 동내임)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 아까 본 풍경은 그저 서곡에 불과했다는... 정말 정말 장대하군요. 해발 고도는 점 점 높아지는데 지평선 끝이 안 보입니다. 홍원 근처에서 한 시간 이상 완전히 포장 된 길을 달리는 기분 또한 삼삼합니다. 멋진 경관이 보일 때마다 차가 펑크 나길 빌었지만 오늘도 내 기도는 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후 3시 30분 해발 고도 3,850m 이제부터 비포장 길이 나타납니다. 꼬불꼬불 내리막길을 한 시간 반을 달려 5시에 촨쥬스에 도착했습니다.

 

촨주스(천주사)... 이곳은 송판, 구채구, 황룡으로 갈라지는 교통의 요지입니다. 여기서 내려 황룡부터 갔다가 내일 저녁 구채구를 갈까하고 망설이다, 120원이나 준 버스 값이 아까워서 내친김에 구채구부터 들러 보고 나오기로 했습니다. 구채구를 보고 황룡을 보면 다들 실망할거라고 했는데...

 

촨쥬스 시내를 벗어나는 곳에 보이는 풍경은 완전한 스위스 모습입니다. 드문 드문 보이는 집도 스위스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에고~ 이쁘다.

 

저녁 6시 반 구채천당에 도착, 잠시 쉬고 잘 포장 된 내리막길을 달려 7시 반에 구채구에 도착했습니다. 학생들 중에 영어가 제일 잘되는 아이의 이름은 유신입니다. 처음부터 내 옆에서 이것저것 안내를 하며 단체 할인 된 가격으로 예약 된 호텔에 함께 묵는 것이 어떠냐고 합니다. 그러지 머... 50위안에 트리플 룸. 저녁을 사주려고 했더니 유신이가 먼저 계산해 버렸습니다. 허허... 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유신아 맥주 마실 줄 알지?” 호텔 앞에 보이는 맥줏집으로 향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유신이가 잠시 사라졌습니다. 어딜 갔을까? 야동 극장의 야경을 찍으며 기다리자 헐레벌떡 뛰어 오는군요. “아저씨 자요.” “이게 먼데?” “아저씨가 장족들 노래가 좋다고 하셔서 "천장고원"이 들어 있는 CD를 샀습니다.” 아이구~ 여행 내내 기특한 아이들만 만나는 구만요.

 

(첨언 : 돌아 온 후 유신에게 여행기와 사진이 담긴 CD를 보내 주었더니 요즘은 일주일이 멀다 하고 제 홈페이지에 글을 남깁니다. 저를 삼촌이라고 부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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