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개봉영화 홍수속에서, 이번주는 유독 스릴러가 두드러지고 있다. 저마다 손에 땀에 쥐게하다 결국엔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이 똬리를 틀고 있는 영화들이다. 범죄스릴러(인사이드맨), 공포스릴러(뎀), 액션스릴러(식스틴블럭) 등을 골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연하게 모두 15세이상 관람가다.
△인사이드맨(감독 스파이크 리·출연 덴젤 워싱턴 조디 포스터 클라이브 오웬)
은행강도-경찰의 두뇌싸움, 조디 포스터 교활한 연기 이쁘다 이뻐
뉴욕 한복판 월스트리트의 한 은행에 무장강도가 들이닥친다. 은행을 점령하고 지나가는 경찰관에게 인질극을 벌이고 있음을 일러준다. 무장강도와 경찰관의 두뇌싸움을 다룬 영화는 낯설지 않다. ‘인사이드맨’이 돋보이는 이유는 무장강도-경찰관의 대립각에 나치전력의 은행장과 그의 사주를 받은 로비스트를 끼워넣어 입체적인 갈등구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무장강도 두목(클라이브 오웬)은 인질들에게 강도들과 똑같은 옷을 입히고 마스크를 씌워 경찰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급기야 경찰이 진압작전에 나서자 범인은 돈은 손도 대지않은채 유유히 사라진다. 범인이 노린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극중 범죄협상전문가(덴젤 워싱턴)나, 관객들이 갖는 의구심은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커져만 간다.
‘패닉룸’‘플라이트플랜’에서 ‘강한 엄마’로 분했던 조디 포스터가 이번에는 교활한 변호사로 변신한다.
‘똑바로 살아라’‘말콤X’등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에 치중했던 스파이크 리는 한치의 오차도 없게 씨줄과 날줄을 교차시키며 영화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스파이크리식 스릴러란 이런 것’이라고 강변하는 듯하다.
△뎀(감독 다비드 모로 자비에 팔뤼·출연 올리비아 보나미 마이클 코헨)
프랑스식 공포영화, 쇳소리만으로 빚은 다중공포
2002년 루마이나에서 있었던 연쇄살인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긴 프랑스영화다. 모녀가 살해된 현장 주변에서 며칠 뒤 프랑스어교사-전업작가 커플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한적한 시골의 숲속, 시커먼 어둠속에서 꿈틀대는 죽음의 전령사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피와 살이 난무하는 여느 공포영화와 다르게, 15세이상관람가를 받았을 만큼 잔인한 장면은 없다. 하지만 영화내내 핸드헬드(들고찍기)로 촬영한 날 것 질감의 화면과 스멀스멀 조여드는 쇳소리는 색다른 공포감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적지않은 반향을 일으켰던 ‘늑대의 후예들’‘돌이킬 수 없는’의 제작자 리새르 그랑드피에르가 다시 제작자로 나섰다. ‘범인이 과연 누구인가’는 제작자의 전작들에서 유추해봄직하다. 제목의 ‘THEM’과 무관하지 않다.
△식스틴 블록(감독 리차드 도너·출연 브루스 윌리스 모스 데프)
브루스 윌리스 원숙미란 이런 것
세월의 무상함이 절로 느껴진다. ‘다이하드’시리즈 등을 앞세워 한때 블록버스터의 절대왕자로 군림했던 브루스 윌리스. 그의 영화가 방학시즌을 피해 비수기에 선보이다니….
더구나 브루스 윌리스는 극중에서 16㎏을 불린 채 덥수룩하고 남루한 모습으로 일관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런 모습이 아직도 티켓파워를 유지하는 힘이기도 하다. 블록버스터 맞수였던 실버스터 스탤론·아놀드 슈왈츠제네거 등이 이미 스크린과 일정거리를 유지하는 반면 블루스 윌리스에 대한 제작자들의 러브콜이 여전한 것은 장르·캐릭터를 가리지 않는 그의 영화열정에서 비롯됐다.
브루스 윌리스는 술에 찌든 퇴물경찰관. 증인으로 채택된 죄수(모스 데프)를 2시간안에 16블럭 떨어진 법정까지 호송하라는 명령을 받고 시큰둥하게 차에 오른다. 하지만 대수롭게 않게 보였던 호송임무가 자신과 증인의 목숨을 노리는 엄청난 음모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16블럭 떨어진 법정까지 실시간으로 118분간의 추격전이 펼쳐진다. 무료한 일상에 지친 브루스 윌리스의 표정연기가 돋보인다. 가끔씩 찡그리는 주름진 얼굴이 관객들의 시선을 콕콕 찔러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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