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청소년부터 80대 노인까지 산책·운동과 함께 주말을...
주 5일 근무제에 따라 주말 여유가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보람있는 주말 보내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보다 앞서 주5일 근무제를 시작한 미국인들은 주말을 어떻게 값지게 활용하고 있을까.
본보 위병기 기자가 미국인들의 주말 문화를 취재했다. 위 기자는 지난달 21일부터 한달간 국제로타리클럽 3670지구(전북)의 그룹교환 프로그램(GSE Group Study Exchange)에 참여해 미국 현지에 머물고 있다.
미국 북서부에 있는 아이다호 주.
남한 면적과 거의 비슷한 크기이나 인구라고 해야 130만명 남짓한 곳이다.
주요 산업은 광활한 면적의 농업과 관광레저, 그리고 최근들어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곳이다.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인 캐빈 코스트너, 브루스 윌리스, 아놀드 슈왈제네거 등이 모두 아이다호의 휴양지인 선 밸리란 곳에 저택을 갖고 있을 만큼 미국 전역을 통틀어 빼어난 주거 환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토요일 아침 아이다호의 수도가 있는 보이시(BOISE).
주 5일제 근무가 철저히 확립돼 있는 미국인들은 평일에도 그렇지만 토요일엔 저마다 동네 어귀에 모여 함께 운동을 하는 것으로 주말을 시작한다.
10대 청소년부터 70, 80대 노인까지 집 근처 사람들과 함께 모여 뒷산에 오르고 산책을 하는 광경이 장관을 이룬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10명중 적어도 4, 5명은 애완견과 함께 맑은 공기를 호흡하는 것이다.
컴퓨터 관련 회사에 다니는 마이크씨(37) 집에 머물면서 주말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해 봤다.
이들의 레저 문화를 조금이나마 익히기 위해서다.
마이크는 회사 일이 워낙 바쁘기 때문에 매일 정규적으로 운동을 하지 못하지만 일주일에 최소 3번씩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특히 주말엔 제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다진다는게 그의 설명.
20-30명 정도의 소그룹을 이룬 무리는 일단 코치의 지도를 받는다.
코치는 전문가라기 보다는 풍부한 경험을 갖춘 아마추어로 순수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코치는 초보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을 20분 이상 시간을 들여 거듭 강조했다.
싫증날 법도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운동방법에 대해 너무나 진지한 자세로 질문을 주고 받는다.
대충 노는게 아니고 철저히 원칙에 입각해 하나씩 익히고 실천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부부가 함께 컴퓨터 회사인 휴렛 팩커드에 다니는 엔디 후빙(32) 내외와 어느 토요일 아침 일찍 등산에 나섰다. 오전 7시가 되지 않은 이른 아침 보이시 뒷산에 모인 인파와 시설에 깜짝 놀랐다.
기가 막히게 펼쳐진 산책 코스도 아름답지만, 끊임없이 오가는 인파를 지켜 보면서 주말 운동이 이들의 삶속에 얼마나 깊이 자리잡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지만 국내 골프장에 나가보지 않았던 기자는 이곳 퍼블릭 코스를 구경삼아 찾아보았다. 캐디도 없고 카트를 타기보다는 손수레를 끄는 관행이 정착돼 있었다. 우리돈으로 2, 3만원이면 얼마든지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부러웠다.
일요일 오후 골프장은 무척 붐빌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한산했다.
그 이유를 골프를 치는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골프를 치면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해 결국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
사람들의 답변이 거의 동일했다.
골프를 치지 않으면 ‘인사’ 대접을 못받고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는 국내 현실과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평일 오후 동네 축구장.
보기만 해도 달리고 싶은 녹색 잔디위에서 초등생부터 중학생까지의 학생들이 클럽 축구를 즐기고 있다.
이들은 엘리트 선수가 아니고 단순히 취미로 즐기는 경우다.
젖먹이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모두 나와 자기 가족을 응원하며 함께 뛰어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모든 것을 희생해가며 전문 운동선수가 되거나 아니면 학창시절 내내 공부만 해야하는 우리 현실에 뭔가 변화가 필요한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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