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하지만 순수한...그래서 더 슬픈...강원도 정선 탄광마을 어린이 64명이 쓴 시 모아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 / 아버지 월급 쓸 것도 없네.’
콩알만한 월급. 아마 쥐꼬리보다도 더 적을 것이다.
이제 6학년인 재옥이가 아버지 월급이 콩알만 하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아마도 틀림없이 어머니 잔소리가 귀에 박힌 것일 것이다.
나이가 어려도 가난은 안다.
가난은 ‘어머니 생신에 쌀밥 한번 못 해 준다고 아버지께서 큰집에 가 쌀 석 되를 꾸’어오고, ‘어머니께서는 그냥 혼합곡을 먹고 지내도 괜찮다고’ 하는 것이다. 또 가난은 “우리 엄마한테 말해서 니네 식구 모두 쫓게나게 할 거야.”라는 주인집 아이의 말에 ‘얼른 뛰어가 그 말만은 하지 말라고 사과’하는 것이다.
탄광마을 어린이들이 쓴 시는 가난에 검게 그을려서 슬프다. 짧고 간결하면서도 식구들 이야기, 동무들 이야기, 이웃집 이야기를 어린이 눈높이에서 들려주고 있지만, 이들의 시는 슬프다.
아마 부잣집에서 태어났더라면 “엄마, 옷 사줘”라는 명희의 말에 엄마는 “너 팔아서 사 줄까?”라고 대답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공부를 못하니 광부가 되겠지 하는’ 우홍이 생각에 아버지는 ‘너는 커서 농부나 거지가 되었으면 되었지 죽어도 광부는 되지 말라’는 꾸중 대신, 아버지처럼 ○○나 △△△가 되라고 말했을 지도 모른다.
사북초등학교 64명의 어린이가 쓴 시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보리). 1997년 마흔다섯이란 이른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탄광마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임길택 교사가 제자들 시를 엮은 것이다. 1980년부터 82년까지 그가 강원도 정선 사북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며 만든 문집 「나도 광부가 되겠지」 「늦봄 마을」 「셋방살이」 「하늘로 간 풍선」 「날개가 큰 나비」 「우리들의 아버지」 「물잠자리」에서 가려 뽑은 것이다.
생전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형편없는 글씨로 아이들은 날마다 나를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다”고 말했던 임길택 교사. 가난도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빼앗진 못한다.
‘어머니가 손을 호호 불며 / 김장을 하신다. / 동생은 그것을 보고 / “엄마 여름에 김장하면 안 돼?” / 하고 묻는다. / “너 장가가거든 색시한테나 그래라.” / 어머니는 쳐다보지도 않고 / 일만 계속 하신다.’ (5학년 강영춘 ‘김장하는 날’)
‘나는 / 친구가 네 꿈이 무엇이냐 / 물으면 / 통일이라 하지만 / 나는 그것이 아니다. / 나의 꿈은 / 먹는 걸 많이 먹고 / 건강했으면 좋겠다.’ (5학년 염명수 ‘나의 꿈’)
오줌병이 난 할아버지가 창피할까봐 함께 잠을 자는 명일이, 아버지가 밥을 조금 잡수시는 걸 알면서도 많이 담았던 은옥이, 딱지 따먹기에서 딱지가 넘어가면 내가 넘어가는 것 같다는 원식이, 지금 그 아이들은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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