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민을 위한 귀농, 우리사회와 농촌을 위한 농업 - 안철환(도시농업위원회 위원)
“유기농의 근본은 내 몸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생명의 근원으로 만들어 재활용하는 것입니다.”
흙이 인간에게 베푸는 생명의 근원인 곡식은 인간의 몸을 거쳐 배설물로 변해 다시 흙을 살찌우는 비료가 된다.
현재 경기도 안산시에서 1500여 평의 ‘바람들이 농장’을 회원들과 함께 일구고 있는 ㈔전국귀농운동본부 도시농업위원회 위원(44)은 “흙, 똥, 곡식”의 순환으로 귀농이야기를 풀어갔다.
지저분하고 비위생적으로 느껴지는 ‘똥’. 우리 생활에 위생과 편리함을 전해주는 수세식 변기는 똥을 썩게 만든다는 점에서 환경을 오염시키고 소중한 물 자원을 낭비시킨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쓰여 왔던 좋은 거름을 낭비시킨다는 점에서 안씨는 ‘똥’을 흙으로 보내 훌륭한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똥’은 식물의 생장에 필수 영양요소인 질소거름을 생산하고 흙을 살리는 원천이라는 것이다.
논과 밭 등 농사를 생업으로 삼아왔던 동양에서 인간과 가축의 분뇨는 퇴비화돼 훌륭한 농사자원으로 활용돼 왔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대변이 급하면 자신의 집으로 급하게 돌아와 일을 보곤 했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 ‘똥’은 예전의 대우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육식, 패스트푸드 등 인스턴트음식, 술과 커피, 담배로 건강하지 못한 거름이 되고 있다. 건강한 ‘똥’은 초식과 발효음식을 통해 생산된다는 것이다.
건강한 ‘똥’이 탄소질 거름인 풀과 어우러져 만드는 훌륭한 거름은 살아있는 흙, 떼알구조의 흙을 만든다. 떼알구조의 흙은 저수지 역할을 하고 식물이 뿌리 뻗는 공간을 확보하며 유기영양 저장소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유익한 미생물들의 서식처가 된다.
지난 1998년부터 농사를 지어왔다는 안씨는 흙이 살아가는 과정은 무척 신비롭다고 말한다. 흙이 살면 지렁이, 두꺼비, 땅강아지 같은 많은 생물들이 더불어 산다는 것이다. 또 방선균이 많은 흙은 재스민향이 날 정도로 향긋하다고 한다.
건강한 흙에서 자라난 식물들은 인간의 몸을 살리는 제철 음식이 된다.
안씨는 “다섯 가지 맛이 계절별로 자라는 식물에서 묻어나며 이는 인간의 몸을 건강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봄의 맛은 신맛으로 비타민C가 모자라 나타나는 춘곤증 등 몸의 기력이 떨어지는 것을 보완하다. 봄에 가장 먼저 피어나는 냉이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이 제일 먼저 먹는 음식일 정도로 풍부한 비타민C를 제공한다.
여름의 맛은 쓴맛으로 더위를 버텨 낼 힘을 주고 습한 날씨로 인해 쉽게 병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준다. 단옷날 익모초와 백가지 풀의 즙을 내어 먹던 풍습은 단오 후에는 풀들이 억세져 더 이상 먹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모내기철 힘든 노동일을 버텨내기 위한 준비이기도 하고 단오후에 씨 뿌린 농작물들이 피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을의 맛은 매운 맛. 다가올 추위에 앞 서 몸을 데우는 역할을 한다. 고추, 갓, 겨자가 품고 있는 매운 맛은 캅사이신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항암과 항산화 작용을 한다.
겨울의 맛은 단맛인데 각종 과일이 월동을 위해 씨앗을 단 과육으로 둘러싸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백해무익한 맛으로 안씨는 “겨울은 단맛의 과잉섭취가 가능한 계절로 자연이 파 놓은 함정”이라고 경고한다. 너무 단 것만 먹으면 당뇨병, 고혈압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짠맛은 소금에서 확보하는 것으로 사계절 내내 섭취가 가능하다.
안씨는 이 다섯 가지 맛을 모두 지닌 완전음식으로 김치와 장류를 꼽는다.
김치는 배추가 가지는 단맛과 쓴맛, 발효로 인한 신맛, 고추가 포함돼 매운 맛, 소금에 절이기에 짠맛을 모두 지니는 것이다. 또 김치와 장은 옮기기에 쉬운 음식이 아니기에 평화의 음식이기도 하다. 침략전쟁 식량에 마땅치 않고 육식이 아니기에 인간을 온순하게 만든다.
강연 말미에 안씨는 토종과 종자 문제를 제기했다. 육종의 대가였던 조상들은 벼와 콩, 고추 등 기후에 맞는 수많은 종을 만들어 왔지만 최근 크고 잘생긴 식물만 선호하는 풍토에 따라 식물들의 종이 단순해졌다. 일례로 두세 개 종만 남은 바나나는 10년 내 멸종이 우려된다. 토종은 사라지고 변종만 남아 내병성이 약하다보니 순식간에 멸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볍씨도 우리 토종이 600종에 이르렀었지만 이 종자들은 종자 은행에서 잠자고 있고 논에선 ‘아키바레’ 류의 일본 종자들만 심어지고 있다. 구수한 우리 토종보다 찰진 일본 종자가 소비자들 입맛과 시장을 장악한 것이다.
또 종묘회사들이 불임종자들을 시판하는 와중에 종자 저작권을 다투는 세계 종자전쟁이 시작되면 우리나라가 외국에 지불해야할 종자 로열티도 무시하지 못할 금액이 된다는 우려다.
이런 현실에서 안씨는 ‘농자는 천하지대본’임을 다시금 강조한다. 농부는 지구를 지키는 파수꾼으로 더러움을 깨끗이 하는 성스러운 직업, 공생이 자기 삶의 기반인 직업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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