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전시 연구 밑거름 역할...저자 친필 초판본 소중히 간직
문덕수 시인은 광복 전후부터 오늘날까지 3대명저의 하나로 무애 양주동(梁柱東, 1903-1976)의 「조선고가연구」(박문서관, 1943)를 든 바 있다. 이 책의 속편이 바로 「여요전주」(麗謠箋注, 을유문화사,1947)다. 나는 다음해에 나온 이 책의 개정판도 가지고 있다. 개정판의 구입은 1949년 10월 29일, 전주의 한 서점에서였다.
그후 고서점에서 구한 초판본을 더 큰 보물로 애지중지하고 있다. 속 표지에 저자가 직접 쓴 ‘학문선수변득진’(學問先須辨得眞)의 글씨와 저자 명호(名號)의 도장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이제 저자의 친필·낙관을 어디 가 쉽게 볼 수 있겠는가.
이 책은 그동안 학계의 ‘고려가요’ 연구에 초석이 되고 밑거름의 구실을 하여 왔다. 우리 고전문학의 이해·감상·비판을 위해서는 그 원전에 대한 훈고(訓告)·주석(注釋)이 앞서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주석에 인용한 전적만 해도 130여종에 이른 것을 볼 수 있다.
이 책에서의 주석은 「정읍사」(井邑詞)를 비롯하여 「도이장가」(棹二葬歌)·「죽계별곡」(竹溪別曲)에 이르는 16편이다. 뒷날 주석에 이견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정읍사」의 ‘全져재’도 그 하나다. 가람(李秉岐 )께서는 ‘전(全)’을 ‘전주(全州)의 약어(略語)’가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음악용어 ‘후강 전’(後腔 全)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대학재학중 김형규(金亨奎)·김근수(金根洙) 교수로부터 ‘국어학강독’· ‘국어학연습’의 강의를 들으면서 이 책으로 복습도 하고 예습도 하였다. 권말의 「가시리」·「서경별곡」평설(評說)은 언제나 읽어도 명문이다. 문장의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는 명수필이다.
「여요전주」는 「조선고가연구」와 더불어 앞날에도 우리 고전시가 연구에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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