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스승은 남편
나는 전주에서 태어났고, 전북대 간호대학을 나와 전남 고흥군 녹동에 있는 국립소록도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다. 결혼하면서 병원에 사직서를 내고 보건교사가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문학과는 거리가 멀었다. 학창 시절에 남다른 점이 있었다면 국어와 미술 시간을 유난히 좋아했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난 후에는 항상 내용과 느낌을 요약해 두는 습관이 있었다. 그것은 무엇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책을 읽고 난 감흥을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한 것이었다.
내가 감히 글을 쓰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내 독서록을 우연히 보았는지 문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해 볼 것을 제안했다.
남편은 나의 문학적 스승이다. 밤마다 베갯머리 강의를 통해 문학의 원론과 기본적인 문장 수련을 받았다.
남편은 내가 써놓은 작품들을 보고 날카롭게 품평하기도 하고, 때로는 칭찬의 말로 격려하기도 했다. 그렇게 수필을 쓰기 시작한 지 5년이 지나자, 내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평가받고 싶었다. 세 편의 수필을 골라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했다. 그 때 받은 당선이라는 선물은 내게 큰 용기를 주었다.
문학은 따뜻하게 내 손을 잡아주었던 것이다. 적정한 단어를 선택하기 위해 사전을 곁에 두고 살던 날들과 문장의 호응 관계를 살피기 위해 밤을 새운 시간들이 한꺼번에 환한 미소를 보내 주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마다 신춘문예라는 열병을 앓는다. 한 해를 갈무리하듯 작품을 고르고, 다듬고, 정성들여 봉투에 넣어 우체국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신춘문예 당선을 간절히 열망하며 한 달을 기다린다. 사실 온갖 꿈과 기대와 설렘으로 부푼 그때가 가장 행복한 날이기도 하다.
당선이라는 소식을 받았을 때 남편이 나보다 더 기뻐했다. 중학교 국어교사인 남편 역시 해마다 중독성 강한 신춘문예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해 습관처럼 도지는 열병에 시달려 온 사람이었다.
나는 또 2004년 동화에 당선되었다. 그 해 남편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서 '다롱이의 꿈'이 당선되어 부부가 함께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영예를 안게 되었다. 남편은 동시로, 나는 동화로 나란히 아동문학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지금도 이 맘때가 되면 여전히 가슴이 뛴다.
2000년 전북일보 수필 '빨래를 널며' 당선
2004년 무등일보 동화 '토끼풀꽃 선물' 당선
현재, 전남 여수 시전초등학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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