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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몸](5)관악기연주자와 입 - 입술힘 기르기 훈련

'연습은 두껍게, 실전은 얇게'...운동선수처럼 맹훈련

중요무형문화제 제 45호 대금산조 예능보유자 이생강씨의 대금 연주 모습. ([email protected])

‘피리 부는 사람을 보자. 우선 오른쪽에 벙거지를 쓴 사람은 들숨이 입안에 가득 차서 두 볼이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 감발한 왼발을 위로 둔 양반다리를 하고 윗몸을 똑바르게 세우고 있는 까닭은 피리라는 악기를 연주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략) 겉보기엔 입술 모양이 익살맞은 듯 해도 본인은 무는 힘의 세기와 입김 조절이 어려워서 온 정신을 한 곳에 모으고 있다.’

 

‘다음은 대금 부는 사람이다. (중략) 대금은 젓대라고도 하는 순수한 우리 고유 악기로 넓은 취공에 댄 입술을 조절하면 음 높이가 달라진다. 저 연주자의 입과 볼에 깃든 섬세한 표정을 보면 입김따라 하늘거리는 곱고 맑은 가락이 들릴 듯 하다.’

 

오주석(1956∼2005)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에 실린 김홍도의 ‘무동’(舞童). 그림의 제목만 본다면 분명 춤추는 아이가 주인공이지만, 오주석은 악공(樂工)들에게도 찬찬히 시선을 돌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피리와 대금을 부는 이들에 대한 상상은 특히나 재밌다. 그림을 그린 사람이나 그림을 풀어놓은 사람이나, 그리고 그림을 보고 읽는 사람이나, 공통점이 있다면 유독 악공들 입 언저리로 눈길이 간다는 것이다.

 

“피리를 불 때면 입술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입술이 아파요. 연주를 하다가 입술이 풀리면 바로 소리가 흔들리기 때문에 평소에도 입술의 힘을 기르는 훈련을 하죠.”

 

‘연습은 두껍게, 실전은 얇게’. 몇 분 안에 연주가 끝나는 민속악과 달리 30∼40분을 넘는 정악을 연주하려면 입술힘을 기르는 ‘입술 강화 훈련’이 필요하다. 입술로 무는 방법부터 까다로운 서(설 舌, 리드 read). 피리 전공자들은 평소에는 두꺼운 서로 연습을 하다 무대에 오를 때는 얇게 깎은 서로 연주한다. 운동선수들이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무거운 물건을 입에 물고 있거나 연습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도 입술힘을 기르는 한 방법이다.

 

피리 연주자 김성훈 전주세계소리축제 홍보팀장은 “일상생활에서도 풍선을 불거나 무엇인가를 부풀리는 경우 피리 전공자들과 일반인들의 차이가 크다”며 “불면 불수록 입술이 두꺼워지는 것 같기도 하다”며 웃었다.

 

반면, 위아래 입술을 평행으로 일치시키고 미소를 띄우듯 소리를 내는 대금 연주자들은 의외로 입보다는 자세때문에 고생이라고 했다.

 

왼손은 90°, 오른손은 45°, 고개는 왼쪽으로 45°, 시선은 정면에서 15° 아래, 다리는 양반다리. 설명하기도 까다로운 대금 부는 자세는 흔히 ‘학의 날개’ 자세로 불린다. 대금을 학이라고 생각한다면 두 팔은 날아가는 학의 날개와도 같다는 것이다.

 

22년째 대금을 불고있는 이항윤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원은 “무엇보다 악기를 오래 들고있기가 가장 힘이 든다”며 “평상시에도 거울을 보면 자세가 한쪽으로 살짝 돌아가 있어 이를 바로잡는 운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대금 연주자들이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연주가 끝나고 객석을 향해 인사할 때. 30분 정도를 돌아간 상태에서 연주하다 몸을 원위치시킬 때면 목과 어깨로 이어지는 부분이 특히 아프다. 이때 자칫 근육이 파열될 수도 있다. 이를 두고 대금 연주자들은 ‘목 나간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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