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커뮤니케이션이다」「한국대중매체사」펴내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논객이자, 비평적 글쓰기를 주도하고 있는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교수. 그가 역사와 커뮤니케이션, 대중매체와의 상관관계를 조명하는 책을 잇따라 출판했다.
‘역사는 커뮤니케이션이다’. 강교수는 “인간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 정당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역사를 곧 커뮤니케이션으로 이해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책「역사는 커뮤니케이션이다」(인물과사상사)를 통해 “언론사·대중매체사·문화사·커뮤니케이션사를 통칭하는 ‘커뮤니케이션사’를 만들고 이에 대한 통찰을 통해, 이해와 합의에 도달함으로써 공동체의 규범을 창출하자”고 주장한다.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커뮤니케이션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한국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사회는 커뮤니케이션의 역사가 없다. 독재정권이나 민주정권이나 소통에 있어서는 ‘독선’이었으며, 언론이나 시민사회 역시 다르지 않다. 그동안 ‘중앙 1극구조’를 유지해온 한국 사회에서 '쌍방향'은 기대하기 어려운 덕목이었다고 분석한다. 말로는 ‘쌍방향’을 외치지만, 습속·체질·기질상 쌍방향성을 잘 수용하지 못한다고도 지적한다. 따라서 강교수는 “한국은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는 사회”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며 이를 대변하는 것이 '시위 문화'라고 말한다.
그는 커뮤니케이션은 '지금 당장, 여기에서의' 문제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현대사, 발딛고 선 곳과 거리두기를 마다함으로써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한낮에 날게 한다. 중앙으로 돌진해온 '소용돌이문화', 모든 걸 경제 중심으로 보는 '경제중심 망탈리떼', 근대와 탈근대가 뒤섞여 한 시대에 어우러져 공존하는 '비동시성의 동시성' 등의 코드를 통해 우리사회 소통의 향방을 짚어본다.
1954년 한국영화 최초로 키스신을 담은 '운명의 손'에서 여주인공은 입술에 셀룰로이드 테이프를 붙이고 연기했지만 여배우의 남편은 상대 남자 배우를 죽이려 드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1960년 연세대생 400여명은 한국일보 연재소설 '혁명전야'가 연대생을 잘못 묘사했다고 시위를 벌여 소설 연재가 사흘만에 중단되는 일도 벌어졌다.
1970년대 코미디 프로그램은 박정희 정권의 우군 역할을 톡톡히 했다. '비실비실' 배삼룡은 도시화 시대에 촌뜨기로 나와 '역설적으로' 박정희 정권의 정책을 찬미했고, '합죽이' 김희갑은 누군가 사회의 불합리한 면을 건드리면 "에이 모르는 소리"라는 핀잔을 던지며 입을 막아버렸다.
「한국대중매체사」(인물과 사상사)는 '언론'및 '대중매체'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성장하는 '사회적 제도'로 파악하고, 환경과의 연계성에 주목해 총체적으로 살펴본다. 신문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언론사'를 중심에 놓으면서도 다른 매체들을 포함해 '언론' 이외의 현상까지 포괄하는 '대중매체사'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는 특히 책에서 정치권력에 따라 돌변하는 신문·방송의 태도뿐 아니라 당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 노래, 주요 사건을 추적해 들어가는 형식으로 우리 사회의 특질이 된 '정치'와 '언론'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고 있다.
각종 매체에서 펼쳐지는 전문적인 지식과 학식을 갖춘 엘리트들의 거대담론은 물론 폭소를 자아내지만 유치하기 이를 데 없는 저속한 코미디 프로, 버려지기 위해 만들어지고 뿌려지는 것처럼 보이는 거리의 '찌라시'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우리 시대와 삶의 모습을 얘기하지 않은 것은 없다.
이 책의 의의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개화기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다양한 매체 속에 투영된 대한민국의 모습과 변화상이 매체별, 시대별, 주요 사건별로 갈무리되어 있다.
지난 2000년에 출간된 「권력변환」의 개정·증보판이면서 강준만교수의 18년된 강의 노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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