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문화재단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 성황
80이 넘은 소리꾼은 그러나 지친 기색이 없다.
“그 연세에 소리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지만, 그의 소리는 여전히 짱짱하다.
13일 밤, 우진문화재단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 마지막 무대는 올해로 여든한살된 박송희 명창이 채웠다. 그가 고른 소리는 ‘적벽가’. ‘박봉술제’였다.
고제 판소리를 구사하는 극히 보기 드문 명창. 잔기교가 통하지 않는 ‘적벽가’를 그는 진중하면서도 담백한 고제 소리로 끌고 나갔다. 박명창은 “‘흥보가’로 문화재 지정을 받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소리는 ‘적벽가’”라며 “또 언제 전주에 오게될 지 모르는데 내가 좋아하는 소리를 꼭 들려줘야 겠다”고 말했다.
귀한 소리를 5일 동안 이어 감상할 수 있다는 건 귀명창들에게는 행복한 일. 9일부터 13일까지 우진문화공간에서 계속된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은 열일곱해를 맞으면서 고정관객들로 많아졌다.
공연마다 평균 150여명의 관객들이 들어찼으며, 소리꾼 김세미씨와 배광선 전북테크노파크 원장 등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연장을 찾았다. 최승희 민소완 김영자 등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명창들의 관람도 이어졌다.
올해 초대된 명창들에게도 이 무대는 특별했다.
데뷔 50주년을 맞은 안숙선 명창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출연했지만 역시 일반 관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다. 심청이 팔려가는 날 아침을 슬프게 뽑아내던 유영애 명창은 끝내 무대 위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심청가’만 서른번 넘게 했지만 무대에서 운 것은 처음”이라며 겸연쩍어 했다.
올 초 경북에서는 처음으로 판소리 부문 문화재로 지정받은 정순임 명창은 “전주 공연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전주는 늘 마음으로부터 그리워하는 곳”이라며 경북에 소리를 퍼뜨리는 것이 녹록치 않은 일임을 고백했다. 중견 소리꾼 중 가장 부각되고 있는 이난초 명창은 감기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흥보가’를 구성지게 풀어냈다.
김선희 우진문화재단 기획실장은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의 원래 취지는 50대 중견 명창들의 힘있는 소리를 들어보자는 것”이라며 “좋은 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소리꾼들은 관객들의 추임새로 소리를 지켜가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얻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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